종편·보도채널 외국인 소유, 투자자-국가 소송과 직결된다!
언론산업 선진화(?)를 위해 ‘용맹정진’ 하는 두 분의 머리가 꽤 복잡할 듯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1월 임시국회에 확 밀어붙여, 아니면 한 달 정도 늦춰진다고 정권 빼앗기는 것도 아닌데 2월 정기국회에 화끈하게 원안대로 밀어붙여, 아니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시늉이라도 낸 방안을 만들어서 밀어붙여, 등등 온갖 시나리오가 머리에 그려질 겁니다. 방송통신위 안에서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악안에 대해 유일하게 귀띔받은 것으로 보이는 최 위원장은 안에서 ‘표정 관리’도 좀 하시느라 고생이 갑절이었을 겁니다. 안에서 이미지 만회라도 하려 치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시늉이라도 하는 시나리오에 마음이 쏠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1.
가뜩이나 복잡한 머리를 좀 더 아프게 해드릴 것 같아 먼저 양해 말씀을 드립니다. 각설하고 용건만 간단히 전합니다. 외국자본의 방송 미디어 소유와 한미FTA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상관관계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 ‘조중동 뉴스-재발방송’과 관련된 한나라당 언론 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내용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해서 말입니다.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외국자본의 직접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현재유보(AnnexⅠ)’로 확보했습니다. 아시겠지만, 현재유보란 협정상 져야 하는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 해당국의 법과 제도를 나열한 목록을 말합니다. 따라서 한국은 현행 방송법에 규정된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외국자본 직접투자 금지 조항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 의원은 날치기 통과시키려는 방송법 개정안에서 지상파방송의 외국자본 직접투자는 현행처럼 금지하는 대신에,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에 대한 외국자본 직접투자는 20%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한미FTA 협상에서 방어한 내용을 스스로 허물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정 의원도 알겠지만, 현재유보는 한 번 허물면 다시는 원상복구를 하지 못합니다. 이른바 ‘래칫 메커니즘(ratchet mechanism)’ 때문입니다. 거꾸로 굴러가는 것을 막는 톱니바퀴처럼, 현행 규제 수준보다 낮추는 방향으로 개정할 수 있으나, 일단 낮아진 규제 수준을 더 높이는 쪽으로 법과 제도를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에서는 ‘자유화후퇴방지 메커니즘’이라고 작명했더군요. ‘자유화’ 앞에 ‘무역 및 투자’라는 말을 넣어줘야 순진한 국민들을 현혹시키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마치 군사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첫 단계에 해당하는 ‘정치적 자유화’처럼 아주 좋은 것으로 사람들을 오도하기 쉽습니다. 오지랖을 좀 발휘해서 ‘무역 및 투자 자유화 후퇴 방지 메커니즘’ 정도로 바꿔달라고 외교통상부에 건의해 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여기까지는 정 의원도 아는 내용일 것이고, 최 위원장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자, 이제부터가 본론입니다.
2.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이라는 명분에 비춰보면,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외국자본 직접투자 20% 허용이 무슨 대수냐고 하실 겁니다. 지상파방송으로부터 아날로그 주파수 대폭 환수해 국내 통신 사업자에게 넘긴 뒤 지상파방송에 대한 외국자본 투자도 허용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속내에 비춰보면, 이쯤이야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각종 특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종합편성채널은 의무편성이 되어 의무송신이 됩니다. 그것도 전국을 대상으로 나갑니다. KBS와 EBS와 마찬가지로,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입니다. 그런데, 지상파 방송 중에서도 의무송신이 되는 지상파방송은 KBS1과 EBS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 정권의 방송법 개정안에 전폭적으로 동의하는 황근 교수(선문대) 같은 이들도 종합편성채널의 의무편성과 의무송신은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 폐지돼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온 바 있습니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의무편성/의무송신을 유지하면서 방송법 개정안이 날치기 통과됐다고 가정합시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바람처럼, ‘조중동’의 일부와 거대 재벌의 컨소시엄에 종합편성채널 2개 정도를 처음으로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칩시다. 이 컨소시엄에 외국, 특히 미국계 글로벌 미디어 자본이 참여했다고 칩시다. 미국계 글로벌 미디어 자본은 종합편성채널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습니다. 2000년 한국 지상파방송에서 기원한 ‘한류’ 열풍이 동아시아로 확산되며 자신의 콘텐츠 판매시장이 일부 잠식당하는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차단하는 ‘전략적 목적’을 띨 수도 있고, 한국 전역을 대상으로 방송되는 종합편성채널의 특혜를 이용하면 충분히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영리적 목적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편성/의무송신’은 국내에서 조중동이나 거대 재벌만이 아니라 외국자본에게도 종합편성채널에 뛰어들도록 자극하는 핵심 동기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조중동이나 거대 재벌이 외국자본 참여를 설득하기 위해 이런 종합편성채널의 이점을 설명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종합편성채널 도입과 관련해, 지상파방송 쪽에서는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위한 제도 정비, 이를테면 종합편성채널은 규제가 없는 지상파방송과 마찬가지이니 편성이나 광고 등 내용규제를 지상파방송과 비슷한 수준으로 적용하는 등 도입 이전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나 한나라당은 종합편성채널의 ‘의무편성/의무송신’인 일종의 특혜이니 폐지하겠다는 식으로 지금까지 대응해 왔습니다. 원칙적으로 특혜를 폐지하면 종합편성채널 편성과 송신 여부는 사업자들끼리 문제라는 논리를 설파했던 겁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는 현실에서는 아무 데도 쓸모없는 책상물림들의 ‘죽은 논리’에 불과합니다. 종이 위에 휘갈겨댄 낙서일 뿐이라는 얘깁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한미FTA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때문입니다. 최 위원장도 ISD가 무엇인지는 들어보셨겠지요? 한미FTA 투자협정문은 3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두 번째가 바로 ISD에 관한 내용입니다. 투자유치국 정부가 투자협정상의 의무, 투자계약 또는 투자인가를 위배하며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ISD의 제소 대상이 되는 협정상의 의무 중에서 이른바 ‘간접수용(indirect expropriation)’이라는 게 있습니다. 직접수용은 정부가 공공목적 등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재산권을 박탈해 국유화하는 것인 반면, 간접수용은 해당 정부의 특정한 조처로 인하여 투자자가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어 투자의 가치가 직접수용과 동등한 정도로 박탈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간접수용은 ISD가 공공정책의 수행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투자자들에게 전가의 보도로 활용되는 핵심 지점입니다.
문제는 종합편성채널의 의무편성/의무송신을 폐지할 경우, 미국계 글로벌 미디어 자본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에 따라 제소할 게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동원되는 논리는 ‘간접수용’에 해당되는 겁니다. ‘우리가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한 건 한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의무편성/의무송신 제도 때문이 컸는데, 이걸 폐지하면 심각한 손실이 발생해 사실상의 간접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게 뻔하다는 얘기입니다. 외국자본 참여를 유도한 조중동의 일부와 국내 거대 재벌도 외국자본의 이런 논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설 겁니다. 한미FTA 협정문은 외국인 투자자가 직접 손실을 입은 경우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외국자본이 투자한 현지기업이 손실을 입은 경우에는 해당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소유 또는 통제하는 투자자가 ‘기업을 대신하여’ 해당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ISD의 대상이 되는 간접수용에 해당되지 않으려면, ‘종합편성채널의 의무편성/의무송신 폐지’가 공공복리 목적에 부합할 뿐 아니라, “공익을 위해 받아들여야 할 범위를 초과하는 ‘특별한 희생’”이 외국자본에게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입증해야 합니다. 입증이 가능하겠습니까? 패배할 확률이 거의 80~90%는 될 겁니다.
3.
두 분 골치 아프실 겁니다. 한미FTA를 선제적 비준해서 미국 오바마 정부의 재협상론을 차단하겠다는 주장이 미덥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미FTA 협상에서 방어한 내용까지 허무는 방식으로 방송법 개정을 날치기 하고, 그 후과로 미국계 외국자본에게 제소당할 위험까지 자초하는 게 최 위원장과 정 의원이 밀어붙이는 방송법 개정과 한미FTA 선제적 비준의 실상입니다.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선제적 비준을 하고 날치기 통과한 뒤 외국자본에 제소당하는 개망신을 당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방송 통제 욕구를 자제하고, 종합편성채널 도입 때 편성과 광고를 포함한 내용 규제를 지상파방송과 견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임하시기 바랍니다. 조중동-재벌에게 종합편성채널 2개 정도 승인 결정하고 런칭시키고 난 뒤 ‘의무편성/의무송신’을 없애겠다는 식의 꼼수는 피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미FTA 협상에서 방어한 외국자본 투자 금지 관련 내용은 손도 대시지 말기 바랍니다. 오히려 한미FTA에서 ‘미래유보(AnnexⅡ)’로만 돼 있는, 지상파방송/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외국자본 간접투자의 허점을 지금 당장 보완해야 합니다. 현행법과 제도의 외국자본의 간접투자 허점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도, ISD에 따른 한국 정부 제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현행 방송법은 외국인의 지분이나 주식이 50% 이상이거나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국내법인에 대해서만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외국인 의제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국내법인은 직접소유가 금지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1인 소유지분 상한선 30%(한나라당은 49%까지 올리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도 안에서 얼마든지 종합편성채널을 간접소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