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 측 추천위원들이 입 모아서 주장하는 말이 있다. ‘지상파 방송3사의 다른 매체에 비해 여론독과점이 심하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3사의 독과점를 해소하기 위해 조선·중앙 같은 신문도 지상파 방송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하고,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도 지상파 방송에 지분참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지상파 방송이 여론을 독점하고 있을까? 여당의 주장의 근거가 현실에 맞지 않은 작위적인 자료의 활용임을 밝힌다.
지상파 3사가 여론 독과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론독과점의 근거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한국언론재단의 ‘2008 수용자의식조사’와 윤석민 교수의 공정언론시민연대 주최 토론회 발제문, 자유기업원의 보고서이다. 이 세 보고서를 근거로 지상파 방송 3사가 심각한 여론독과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는 여론독과점을 산출하기 위한 설문조사가 아니다
언론이 여론 형성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는 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여러 기능적 측면을 고려해야한다. 단순히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을 것 같은 언론사가 무엇인가?'를 물어서 영향력 정도를 측정할 수 없다.
<한국언론재단>은 2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의 목적은 ‘우리나라 언론 수용자들의 매체 이용 행태와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와 수용자 개개인이 매체에 대해 느끼는 영향력 정도를 매체의 여론장악력과 연관 짓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즉, 수용자가 매체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 정도를 매체의 영향력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
더군다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매체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설문내용은 단 한 문항에 불과하다.
“문25. 선생님께서는 신문, 방송, 잡지, 라디오, 인터넷 등 매체 종류를 불문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고 생각하시는 매체명을 하나만 적어 주십시오.”
이러한 문항은 언론매체에 대한 수용자의 이미지를 묻는 것이지 실제 영향력이 있는지, 매체의 여론장악력이 있는지를 묻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론독과점의 근거로 ‘언론수용자의 의식조사’를 제시한 것은 조사의 목적과 그 내용을 잘 못 파악한 것.
‘방송소유 규제완화와 여론독과점’, 매체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지수구성
여당 측 추천위원들이 두 번째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윤석민 교수의 공정언론시민연대 토론회 발제문 “방송소유 규제완화와 여론독과점”이다. 매출액과 매체 이용 시간을 종합 고려한 ‘수입 가중 이용 시간 점유율’의 경우, 전체의 68.8%를 차지하는 등,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의 여론 독점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발제는 밝히고 있다.
윤 교수 스스로도 발제문에서 지수 구성의 한계를 여러 차례 인정하고 있다. 또 영국(BMIG), 독일(KEK) 등 외국의 지수를 국내 언론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그대로 적용하고, 언론매체의 가중치를 작위적 설정하는 등 이 발제문은 분석결과 도출 이전에 이미 그 결과가 설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상파 방송에 있어서 여론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보도(뉴스/시사/논평) 프로그램과 기타 오락/교양 프로그램의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의 보도편성 비율은 KBS1TV(31.6%), 2TV(11.8%), MBC(21.7%), SBS(20.9%)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독자 수 보다 월등히 많다는 이유로 신문 보다 높은 가중치를 받고 있다.
무료보편적인 지상파 방송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방송하기 때문에 발행부수가 200만부 남짓에 불과한 전국일간신문 매체의 독자 수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높은 가중치가 지상파 방송에 적용되면서, 결과도 지상파 방송의 여론 점유율이 당연히 높게 나타나는 다분히 의도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자유기업원 보고서, 신문-방송 겸영을 위한 작위적 통계자료 구성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관련 회원사들의 출연금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는 자유기업원의 보고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그 정치적 성향을 같이 하는 보수신문과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 보고서는 지상파 방송 3사의 독과점을 만들기 위해 있는 사실마저 호도하며 통계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상파방송 3사의 매출액이 44개 지상파사업자 중 81.1%를 차지하여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즉 독과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기업원 보고서는 조중동의 방송진입 당위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리한 계산을 했다.
먼저, 독과점적 사업자를 추론함에 있어 시장구역을 잘못 설정했다. 지역 MBC는 독립법인으로 서울MBC와 계열사 네트워크 관계에 있으며 19개 지역에 한정된 사업을 한다. SBS 또한 OBS를 제외한 지역민방과 네트워크 계약에 의한 프로그램 공급을 할 뿐 지역민방은 독립된 사업구역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도외시하고, 지역 MBC와 서울MBC를 같은 회사취급을 하며, 지상파 방송 매출액 비율을 계산해, 방송3사가 절대적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 방송 매출액을 산정하면서, 준조세의 의미인 ‘수신료’를 KBS의 방송수익으로 매출액에 포함시켰다. 수신료와 국가기간 방송으로서의 KBS의 위상도 감안하지 않은 엉터리 산정인 것이다.
전체 지상파 방송 매출의 16.5%(2006)에 달하는 수신료 수익을 포함하고, 독립법인으로 해당 지역의 방송사업 면허를 가진 지역MBC를 서울MBC에 모조리 포함해 지상파 방송 3사(KBS(수신료 포함)+MBC(지역MBC 포함)+SBS)의 매출의 합이 전체 방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엉터리 결론을 도출하고, 방송시장의 시장 독점을 완화하기 위해 신문의 방송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는 것.
방송시장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하지 않고, 신문-방송 겸영 논리를 만들기 위해 통계 자료를 엉터리로 활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