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위원회 인천 공청회
한나라 공술인, ‘사실왜곡’ 자료 내놓고 지적당하자 딴소리
규제 완화하면, “좋은 콘텐츠 나오고 시장 활성화된다”는 편협한 주장 여전
지난 5월22일 인천에서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청회에 나온 한나라당측 공술인들은 주장의 논리적 근거도 내놓지 못한 채 규제완화의 결과가 오롯이 방송산업의 ‘신기루’인 것처럼 주장했다. 어떤 공술인은 자신이 인용한 자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받자, 엉뚱한 소리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는가 하면 노무현 정부 시절 KBS가 ‘노비어천가’를 외쳤다고 주장해 심각한 정치적 편향을 드러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바쁜 시간을 내어 공청회를 보러 온 시민들로부터 “공청회가 시간낭비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이재교 공술인,, 허위자료 내놓고 엉뚱한 소리로 위기모면하려 해
한나라당측 공술인으로 나온 이재교 교수(인하대)는 지상파방송3사와 신문사의 1인당 매출액을 비교한 결과, 지상파방송시장에서 KBS와 MBC의 독점적 지위가 높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인용한 자료는 지난 3월 자유기업원 곽은경 연구원이 작성한 ‘방송과 신문시장의 현황과 개혁과제’ 리포트의 한 부분이다.
자유기업원 보고서를 인용해 이 교수는 신문과 방송3사의 1인당 매출액을 비교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실제로 신문 3사의 1인당 평균 매출액은 2007년 기준 5억8000만원인 반면, 방송 3사는 평균 4억3000만원임(신문 3사에 비해 매출액은 높은 반면 1인당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의미). 개별 방송사의 1인당 매출액은 KBS가 2억5000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MBC 3억1000만원, SBS 7억3000만원임(자유기업원 조사결과). 독점적 지위가 높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됨.
<이재교 교수 발제문 中 >
문제 하나. 이 교수가 인용한 자료는 1인당 매출액을 도출하기 위해 단순히 매출액을 종사자 수로 나누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경우 종사자의 노동행위가 직접적으로 이윤창출에 기여하지 않는 비수익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KBS1TV의 경우 광고 없는 방송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종사자수와 매출액을 비교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현실과 공적가치에 기반한 공공서비스의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계산법이다.
문제 둘. 이 교수는 공영방송인 KBS, MBC의 1인당 매출액과 SBS의 1인당 매출액을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민영방송인 SBS의 1인당 매출액이 공영방송에 비해 높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교수는 “독점적 지위가 높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자료에 인용된 SBS의 종사자 수에는 뉴스텍과 아트텍 종사자가 포함되지 않은 800여명인데, 뉴스텍과 아트텍을 포함하면 실제 종사자 수는 1400여 명에 달한다. 따라서, 이를 기준으로 1인당 매출액을 단순 산정해 보아도, SBS의 1인당 매출액은 7억보다 훨씬 낮은 4억 여 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무릇, 연구자라면 자료를 인용할 때 자료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검토한 뒤에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교수가 이처럼 ‘조작’된 자료를 사실검토 없이 인용했다는 것은 연구자의 자질과 윤리에 비춰볼 때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 셋. 이러한 자료인용에 문제가 있음을 인천공청회 현장에서 야당 측 양문석, 최상재 위원이 지적하자, 이 교수는 “그 통계가 엄밀하게 학문적 분석을 위한 통계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며 “간단히 인용한 것”이라고 답해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잘못된 자료 인용에 대한 지적이 있을 경우, 연구자가 할 첫 번째 대답은 주장의 논거로서 자료가 부적절했다는 잘못을 깨끗이 시인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이 교수는 “MBC가 왜 경영난인가, 방만하기 때문 아닌가요”라며 엉뚱한 소리로 반문해 코미디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갑자기 툭 튀어나온 말이라고 하더라도, 앞뒤 맥락이 있어야 하고, 공청회 공술인이라면 주장의 논거가 있어야 한다.
이교수는 또 특정 정파에 기대어 정치색 짙은 주장을 펼쳐 청중들로부터 ‘공청회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날 “정연주 사장이 한겨레신문 주필로서 열렬한 노무현 팬”이어서, “KBS사장이 된 후에 전격적인 인사를 통하여 KBS룰 장악한 다음 ‘노비어천가’를 부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도 주장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사장 임명 당시 사내외에서 큰 반발 없이 사장으로 임명되었을 뿐더러,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KBS에 경찰이 투입되는 과정 속에서 쫓겨난 인사이다. 백번 양보해 정연주 전 사장이 코드인사였다고 치더라도, 이 교수가 공영방송의 독립의 중요성을 주장하려는 것이 애초의 목적이었다면, 정연주 전 사장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물러난 과정에 더 큰 무게중심을 실었어야 한다. 또한,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KBS 보도에 대한 안팎의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함께 전하는 것이 균형이요, 상식이다. 그간 일부 한나라당 추천 미디어위원과 공술인들이 보여 준 반복적인 특정 방송 비난하기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정치적 폄하가 이날 회의에서도 거침없이 반복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이 교수는 "미디어발전위가 의결기구가 아님은 다언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위원회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데 근본적인 취지가 있기 때문에, 위원회 차원에서 미디어법 개정안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원회가 실패하였다고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는 주장도 펼쳤다. 마치 한나라당측 미디어위원들이 대신 써 준 원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판박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위원회가 보고서조차 작성하지 않는다면, 그 위원회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지, 그것 나름대로 위원회의 성과라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측 미디어위원들은 국민여론수렴을 위한 여론조사는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와중에, 한나라당측 추천 인사들이 한결 같이 미디어위원회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명백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방송법 개정 근거로 내세우는 콘텐츠 시장에 대자본 유도
인천 공청회에서 한나라당 공술인인 이문행 교수(수원대)는 한나라당 방송법 개정의 근거로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주장하였다. 대기업, 신문사 등의 대자본을 콘텐츠 시장으로 유도하여 산업을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방송법이 개정되면 대자본 유입으로 콘텐츠 시장의 체질 개선 즉 지상파 방송사의 제작비 충당 비중을 늘리고 프로그램 내용의 질적 수준 제고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자는 것이 공술문의 요지이다.
현형법상 이미 대자본 유입 가능하고 현재도 투자돼 있다
현행 방송법상으로 현재 미디어 시장은 보도 부문을 제외하곤 사실상 전부 개방돼 있다. 영화, 오락, 스포츠 등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 분야에 대기업과 신문 등 대자본이 참여할 수 있다. 공술인이 주장하는 콘텐츠 분야에 대자본 유입은 현행법으로 가능하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경우 케이블 TV나 스카이라이프 등에 여러 채널을 보유하고 방송하고 있다. 그리고 지상파방송의 콘텐츠 상당 부분은 외주쿼터 등으로 창업투자회사부터 통신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본이 유입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에도 외주쿼터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대자본이 콘텐츠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공술문에는 대기업, 신문사의 보도채널과 종합편성채널 사업 진출로 인해 지상파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구체적 근거나 설명이 전혀 없다. 단지 주장만 있을 뿐이다. 이는 공술인도 방송법 개정과 콘텐츠 산업 활성화 사이에는 연관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대자본 유입에 따른 과거 그리고 현재 콘텐츠 시장 현황
그리고 공술인은 현행 방송법 개정의 근거로 대기업 및 거대 신문사의 진출로 지상파 콘텐츠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한다. 즉 대자본 유입으로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도 대자본이 콘텐츠 시장에 진출한 상황을 돌아보면 프로그램의 질은 높지 않다.
80년대 후반 국내 대기업들은 영상콘텐츠 제작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대부분 철수하였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대기업들도 대부분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 보다는 수입 유통 분야에 치중하고 있다.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들조차 시청자에게 관심을 끌어 광고수입을 높이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 위주로 제작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일부 거대 신문사들이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PP를 이미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콘텐츠 자체 제작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의 경우에도 1996년 언론사 소유 규제를 완화한 미국의 사례를 보면, 여러 매체를 소유한 거대 미디어 기업이 한 가지 콘텐츠를 여러 채널에 반복 활용하면서 오히려 콘텐츠의 다양성이 저하되었다.
대기업의 콘텐츠 진출은 장기간 투자보다는 단기간 이익 추구
콘텐츠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자본 이외에도 공술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술인은 대자본이 장기간의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대자본은 최대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콘텐츠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장기간 기다려줄지 의문이다. 오히려 방송인력을 줄이고 최소인력으로 방송사를 운영하는 것이 필연적일 것이다. 대기업으로서는 상당한 인력을 고용하여 공영방송과 같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공익적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보다는 흥행이 검증된 외국의 값싼 프로그램을 들여오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공술인의 주장과는 달리 대기업과 신문 유입은 경제적 논리상 양질의 콘텐츠가 양산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방송법 개정은 단지 대기업 빛 거대 신문사 보도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진입을 위한 구실
현행법상 대기업과 신문등 대자본은 콘텐츠 사업에 진출할 수 있고 현재 이미 진출해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콘텐츠사업에 대한 열의와 투자는 공술인의 예측과 달리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대기업이 보도기능을 가진 방송사에 참여하게 되면 지상파 콘텐츠 시장에 자본투자가 늘어난다는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도와 종합편성 채널 사업 진출이 어떻게 콘텐츠 산업 활성화시킨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공술인의 주장은 ‘그저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돈이 없으니 돈을 끌어 들인다’는 아주 기초적인 발상 외에는 사실상 아무런 산업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단지 대기업 및 거대 신문사들이 보도 채널과 종합편성채널에 진입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