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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초점 리뷰>
원천무효 논란을 겪고 있는 언론관계법 통과 이후 정책브리핑을 발간하며
한나라당 언론관계법 개정안이 발의된 때는 지난해 12월. 그러나 최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매체 합산 시청점유율' 등 매체 간 교차소유에 따른 사전, 사후 규제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시간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는다. 매체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되는 사전, 사후 규제 방안 논의는 공허함 그 자체였다. 급기야 한나라당은 매체시장 실태조사를 하지 않기 위해 신문시장 점유율을 '구독률' 조사로 갈음하는 기상천외한 편법까지 고안해 냈다.
사전, 사후 규제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나라가 독일이다. 그러나 독일의 매체 합산 시청자 점유율의 정확한 실상에 대한 정보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연구소에는 독일의 매체 합산 시청자 점유율 상한선 제도의 전반을 소개한다.
독일의 매체 합산 시청자 점유율 제도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많다. 그러나 독일 제도를 우리나라에 직수입할 수는 없다. 독일 시청자 점유율 제도는 모든 프로그램의 시청자 점유율을 포괄한다. 본 연구소가 보기에 이것은 합당하지 않다. 뉴스/보도 프로그램과 그 이외의 프로그램을 구분해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뉴스/보도 프로그램과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 사이의 가중치를 설정하는 것이 맞다. 뉴스/보도 프로그램의 시청점유율과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 시청점유율 사이에 1대 1의 등가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매체 영향력을 비교하는 표준으로 텔레비전 방송을 삼고, △소구력 △확산 효과 △시의성 등을 기준으로 삼아 다른 매체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방법은 향후 관련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독일에서 매체 합산 시청자 점유율을 계산할 때, 신문시장에서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측정하고 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울러, 독일의 신문시장은 진보, 중도, 보수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이는 이념적으로 매우 동질적인 상위 3개 신문이 전체 신문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는 우리와는 매우 다른 사정이다. 시청점유율 상한선 설정 등에서 이런 국내의 고유한 매체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독일의 방송 매체집중 규제제도의 특징과 의미
독일에서의 매체 집중 규제는 199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3차 개정 방송법과 함께 참여 지분 모델에서 시청자 점유율 모델로 변경되었다. 독일 방송법이 규정하는 매체 집중 규제의 목적은 ‘우세한 여론권력’(vorherrschende Meinungsmacht) 형성의 방지이다.
우세한 여론권력에 대한 판단은 여론 영향력을 기준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여론 영향력은 텔레비전 방송 뿐 아니라 기타 매체 시장에서의 전체 영향력을 전국적 텔레비전 방송의 시청자 점유율로 환산하여 측정된다. 이렇게 측정된 시청자 점유율이 30%에 이르렀을 경우, 우세한 여론 권력이 형성된 것으로 판단하여 규제를 받게 된다. 우세한 여론 권력의 등장으로 추정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 한 기업에 속하는 전국적 텔레비전 방송들의 시청자 점유율 합이 30%에 이르렀을 경우.
- 텔레비전 이외의 한 매체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기업에 속하는 전국 텔레비전 방송들의 시청자 점유율 합이 25%에 달했을 경우.
- 한 기업의 전체 매체 활동을 통한 여론 영향력이 전국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 30%에 해당되는 경우.
한 기업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그 영향력 및 시청자 점유율이 합산되는 방송과 기타 매체 기업은 자본이나 의결권의 측면 뿐 아니라, 기업 간의 영향력 측면에서도 고려된다. 다음의 경우들은 모두 하나의 기업에 속하는 방송들로 간주하여 그 시청자 점유율이 모두 합산된다.
* 자본이나 의결권의 측면
- 기업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방송.
- 한 기업이 직접적으로 자본이나 의결권의 2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방송.
- 한 기업이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 - 즉, 자신과 결합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자본이나 의결권의 25% 이상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 - 의 모든 방송.
* 영향력의 측면
-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또는 다른 기업과 함께 위에 언급된 자본 및 의결권의 보유와 비슷한 영향력을 어떤 방송에 행사할 수 있을 때, 자본과 투표권의 참여와 같은 것으로 간주.
- 한 방송을 편성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
- 계약, 협정, 정관 규정에 의해, 또는 기타 방식으로 프로그램 편성, 프로그램 구매 내지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방송사의 전반적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기업.
위의 의미로 결합된 모든 기업들은 단일한 기업으로 간주되며, 그들의 자본이나 의결권의 지분은 모두 합산된다. 즉, 직접적 자본의 소유는 물론, 주식 소유를 통한 지분 참여와 투표권 보유 뿐 아니라, 특수 관계에 따라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는 기업까지도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된다. 또한 외국에 소재하는 기업, 친인척 관계에 있는 기업들도 영향력을 심의하고 평가하는 대상에 포함 된다.
여론 영향력의 척도가 되는 텔레비전의 시청자 점유율은 공영방송과 전국적으로 수신 가능한 사유(私有) - 상업 - 방송을 포함하는 독일어 방송들의 시청자 중 각 방송이 차지하는 점유율을 의미한다. 시청자 점유율는 만 3세 이상의 시청자를 모집단으로 하는 표본 조사로 산출된다. 방송사는 시청자 점유율 조사에 협조 할 의무를 지며,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州) 매체기구는 방송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매체 집중을 통한 의견다양성 훼손 감시
시청자 점유율 모델이 도입되면서 이를 전담하는 매체 집중 조사 위원회(KEK, Kommission zur Ermittlung der Konzentration im Medienbereich)도 신설되었다. 제 3차 개정 방송법에 의거하여 1997년 5월 15일에 설립된 KEK의 목적은 의견 다양성의 보장과 관련된 문제 제기에 대해 최종적 판단를 내리고, 전국적 사유(私有) - 상업 - 텔레비전 영역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KEK는 방송의 허가 절차, 그리고 방송사에 대한 소유 및 참여 관계의 변경과 관련하여, 한 기업이 그에게 속하는 방송을 통해, 또는 소유 및 참여 관계의 변경을 통해, 또는 양자를 통해 우세한 여론 권력에 이르렀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KEK는 방송법 및 경제법의 전문가 위원 6명과 주(州) 매체기구들을 대표하는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전문가 위원 중 3명은 판사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위원장 및 부위원장은 전문가 위원들 중에서 선출하며, 위원들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어떤 외부적 지시나 지침에 구속 받지 않는다. KEK의 위원들은 주 수상들이 합의하여 5년 임기로 임명한다.
KEK는 사유(私有) - 상업 - 방송들을 감독하는 주(州) 매체기구들의 보조 기구로서, 주(州) 매체기구들이 위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한다. 주(州) 매체기구들의 재원이 시민들의 방송료이기 때문에 KEK도 방송료로 운영되는 셈이다. 독일의 방송 및 방송 관련 기구들이 모두 그렇듯이 KEK도 국가로부터 독립적이며, 외부의 간섭없이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KEK의 결정은 최종적인 것으로 주(州) 매체기구나 여타 다른 기관들에게 구속력을 가진다.
소유지분 포기․지위약화․3자 방송시간 제공 등 우세한 여론권력에게 조치
한 기업에 의해 우세한 여론 권력이 형성된 경우, 해당 주의 매체기구는 KEK를 통해 그 기업에게 다음의 조치를 권고한다:
- 자신에게 귀속되는 시청자 점유율이 규정 이하로 떨어질 때 까지 자신에 귀속되는 방송의 소유 지분을 포기.
- 우세한 여론 권력에 이르지 못할 만큼 텔레비전 시장 이외의 매체 관련 시장에서 지위를 약화시키거나 방송사에 대한 소유 지분을 포기.
- 자신에 속하는 방송에 다양성 보장 조치인 독립적 3 자를 위한 방송시간의 제공과 프로그램 자문위원회의 설치.
KEK는 위의 조치들에 대해 해당 기업과 상의하지만, 합의되지 않거나 합의된 조치가 적절한 기간 내에 시행되지 않을 경우, 주(州) 매체기구는 우세한 여론 권력이 되지 않을 만큼 방송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데, 그 대상은 KEK이 선정한다.
그 외에도 우세한 여론권력의 형성과는 무관하게 여론 다양성 확보를 위한 규제들이 있다. 즉, 종합채널이나 정보 부문채널을 지닌 방송사가 연 평균 10%의 시청자 점유율에 이르렀다면, KEK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통보한 후 6개월 안에 독립적 3 자를 위해 방송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종합채널, 또는 정보 부문채널의 시청자 점유율이 연 평균 10%에 이르지 않았지만, 한 기업에 속하는 방송사들의 연평균 시청자 점유율이 20%에 달하면, 그 기업에 속하는 방송 중 가장 시청자 점유율이 높은 방송이 이러한 의무를 가진다. 방송사가 요구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KEK의 확인 후에 주(州) 매체기구는 방송허가를 취소한다.
이종 매체의 영향력 가중치 산출과 적용 사례
: 악셀 슈프링어 주식회사(Axel Springer AG)의 프로지벤자트아인스(ProSiebenSAT.1) 인수 불허
2005년 8월, 독일의 출판 그룹 악셀 슈프링어(Axel Springer AG)는 독일의 양대 방송 그룹의 하나인 프로지벤자트아인스(ProSiebenSAT.1) 전체를 인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의 승인을 KEK에 요청했다. 그러나 KEK는 인수가 이루어질 경우, 우세한 여론 권력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하여 인수 계획을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KEK의 결정은 이종 매체 시장에서의 활동을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로 환산하는 기준과 비율을 설정하고, 그것을 실제로 적용한 최초의 사례이다.
이종 매체간 여론 영향력을 비교하는 표준은 텔레비전 방송이다. 텔레비전과 다른 매체와의 비교 관점은 유사성, 즉, ‘다른 매체가 텔레비전과 얼마나 비슷한가?’이다. 다시 말하면 매체 특성과 사용 환경, 편의성, 효과 등의 측면에서 텔레비전과 비교되는 차이의 정도이다.
당시 KEK은 텔레비전과의 유사성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소구력, 확산효과, 그리고 시의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 소구력: 한 매체의 소구력은 텍스트, 그림(고정/동적), 그리고 소리 등 커뮤니케이션 형태들의 조합이 보여주는 효과를 의미한다. 텔레비전은 텍스트와 동영상과 소리가 혼합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인터넷을 제외하고 다른 매체들은 사용되는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적다. 따라서 텔레비전과의 비교에서 낮은 소구력으로 간주된다.
- 확산 효과: 전체 인구에 대한 매체의 도달범위. 독일에서 모든 매체의 도달범위에 관한 자료는 정기적으로 작성되고 있다. 확산 효과의 평가에는 한 매체 사용의 시간적, 공간적 편의성도 고려된다. 즉, 매체 제품(방송 프로그램, 신문 기사 등)의 이용이 시간과 공간의 조건에 얼마나 구애받는가의 문제이다. 신문과 잡지의 경우, 특별한 장치없이 어느 곳에서나 이용할 수 있고, 휴대하기 편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시공간적 편의성을 지닌다.
- 시의성: 매체 내용의 현재성으로, 실제적으로는 매체 제품의 생산 주기 또는 업그레이드의 주기를 의미한다.
이러한 3가지 기준의 관점에서 텍스트, 그림, 소리, 동영상의 형태(소구력)로 거의 전 국민(확산효과)에게 실시간(시의성)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텔레비전을 100으로 상정하고, 이에 대한 다른 매체의 상대적 수치를 계산하여, 그 값을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로 환산하는 가중치로 사용했다. 이를테면,
- 일간 신문: 텍스트와 그림만을 사용하여 소구력에서 뒤지고, 독자 범위와 시의성에서도 텔레비전에 떨어지지만, 의제 설정과 여론 지도자에 대한 영향력은 크고, 사용 편의성도 높다. 따라서 텔레비전 영향력의 2/3.
- 온라인 매체: 시의성에서는 텔레비전보다 앞서기도 하고 소구형태도 다양하지만, 이용자 층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텔레비전 영향력의 1/2.
- 라디오: 같은 전파매체이지만 소구력이 떨어져 텔레비전 영향력의 1/2.
- 대중 시사 잡지: 주간, 순간, 월간, 계간 등 시의성에서 많이 떨어지고, 대상 독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소구 형태도 텔레비전에 비하면 텍스트와 그림에 한정되어 소구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소비 편의성은 높다. 따라서 텔레비전 영향력의 1/10.
- 텔레비전 프로그램 잡지: 보통 주간이나 순간, 또는 그보다 발행주기가 길기 때문에 시의성에서는 많이 뒤지고 소구력도 낮다. 그러나 도달 범위는 높은 편이고 사용 편의성도 높다. 따라서 텔레비전 영향력의 1/7.
이렇게 산출된 가중치를 사용하여 악셀 슈프링어 그룹이 프로지벤자트아인스 그룹을 인수한 후의 전체 여론 영향력을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로 환산하여 합산했다. 각 매체영역에서 환산된 시청자 점유율의 내용을 보면, 일간 신문 17%, 텔레비전 프로그램 잡지 4%, 대중 잡지 1%, 온라인 매체 3% 등 모두 합하여 25%였다. 즉, 악셀 슈프링어 그룹의 매체 관련 시장에서의 여론 영향력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는 전국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 25%에 해당된다. 그리고 프로지벤자트아인스 그룹의 전국 텔레비전 방송이 차지하는 시청자 점유율이 22.%였기 때문에, 두 그룹의 인수합병은 전국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 47%에 해당하는 여론 권력을 형성하게 된다. 이는 지역 창 프로그램과 3자 프로그램 시간 제공 등 여론 다양성 조치를 통해 면제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인 5%를 감하더라도 42%에 달하여 규제 비율인 30%를 매우 많이 초과하는 것이다. 강력한 공영 방송이 있기 때문에 사유(私有) 상업방송에 있어서의 여론권력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반대 주장이 있었지만, KEK는 공영방송을 이유로 사유(私有) 방송에서 우세한 여론 권력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악셀 슈프링어의 프로지벤자트아인스 인수 불허 사례 이후 같은 해(2006년 5월 8일), 엔-테파우(n-tv)의 소유관계 변경에 대한 심의가 있었다. 심의 대상에는 독일 상업 텔레비전의 최대 그룹인 에르테엘(RTL) 그룹과 세계적 매체 그룹인 베르텔스만(Bertelsmann) 그룹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경우에도 베르텔스만 그룹의 텔레비전 이외 영역에서의 영향력 환산에는 악셀 슈프링어 그룹에 적용했던 기준을 그대로 사용했다. 베르텔스만 그룹의 이종 매체 활동을 가중치를 적용하여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로 환산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 대중잡지 1%: 시장 점유율 9.3% * 가중치 1/10.
- 인터넷 3%: 포탈 점유율 6.3% * 가중치 1/2.
- 전국 라디오 3%: 청취시간 점유율 6.6% * 가중치 1/2.
엔-테파우의 경우, KEK은 소유관계의 변경으로 우세한 여론 권력에 이르지 않기 때문에 변경을 승인했다.
그 이후 2009년 3월 10에 있었던 결정까지 KEK의 판단 사례는 244개에 이르는데, 모두 규제 대상이 되는 전국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 30%에 크게 미달하여, 텔레비전 이외 영역에서의 매체 활동을 텔레비전 시청자 점유율로 환산한 사례가 없었다. 그리고 합산이 필요한 경우에는 모두 위의 두 사례에서 산출된 수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독일사례가 의미를 갖으려면 ?
독일 헌법재판소는 방송의 자유를 “복무하는 자유(dienende Freiheit)”로 규정하고 있다. 즉, 자유을 보유한 사람의 개인적 전개와 발전을 위한 여타 자유와는 달리, 방송의 자유는 개인의 의견과 사회적 공론이 자유롭게 형성되도록 봉사하는 자유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방송의 자유는 자기 완결적, 또는 자기 목적적이 아니라 수단 내지 도구적이다.
의견과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은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이다.여론 형성의 한 주체이자 매체인 방송은 따라서 한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과 전개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바로 방송이 특별한 사회적 보호와 동시에 규제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다.
독일 방송은 국가로부터의 독립(staatsfern)과 의견 다양성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방송이 개인의 의견과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에 ‘복무’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집단이나 세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하기 때문에, 사회는 방송영역에서 내적 및 외적 다원성의 확보를 규범적, 제도적으로 보호할 뿐 아니라 강제한다.
독일의 매체집중규제는 사회 민주주의 유지와 발전과 개인의 의견, 사회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 그리고 의견 다양성과 다원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독일의 집중 규제 내용(이를테면 겸영 허용, 또는 부문 구분 폐지 등)은 사회나 언론 가치의 긍정적 발전의 결과 또는 선진적 내용이 아니라, 민주적 가치를 위한 여론 다양성을 둘러싼 사회적 싸움에서 그 가치의 희생 위에 관철되어 온 언론 기업(자본)의 상업적 이해관계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독일의 사례는 그 시간․공간적 조건과 상황에서 그 때의 사회적 세력들 간 투쟁의 결과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 배경과 상황, 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구체적 내용과 의미의 올바른 활용과 전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현재 결과의 내용만 인용 내지 이용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에게 독일의 규제 제도와 내용이 의미 있기 위해서는 먼저 규제 제도와 관련된 우리의 조건과 상황, 제기되는 문제점들, 문제해결 방안의 차이 등이 우선적으로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언론 영역에서 제도의 변화에 관한 논의의 공허함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언론에 관한 논의에서 진정한 주제가 언론적 내용과 형태, 의미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모든 것이 넓은 의미에서 ‘정치화’되었기 때문에 형태의 차이, 정도(규정 %)의 차이 등에 대한 논의의 공허함이 존재한다. 합의된 틀을 통해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보다는, 논의 틀(과정, 절차) 자체가 파괴되었다. 이미 특정된 결과를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을 그것에 짜 맞추려는 현상이 나타남으로써 이는 증명되고 있다. 논의 자체(내용)의 기피, 목적이나 근거의 무원칙한 변경, 내용의 무차별적 변동 등 어느 하나 민주적 원칙이나 절차가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응도 ‘언론적’ ‘내용’에 한정되는 것 보다는 ‘정치화’(전체화, 전면화)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관점에서 신방 겸영이나 매체 영역 차별적 규제의 찬반, 적정한 규제 대상의 비율, 규제 모델에 대한 제안이나 의미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
<부록> 국내 신문시장 구독률과 구독점유율 비교
■ 이른바 조선, 중앙, 동아 상위 3개사의 구독점유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해 봤다. 이용한 자료는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200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이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전국 종합일간지 구독시장에서 조중동의 비율을 계산해 봤더니, 82.5%가 나왔다. 전국 종합일간지 시장에서 보면, '조중동'은 공정거래법 기준에 따른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
<표1> 언론수용자 조사에 나타난 조중동 구독점유율(단위: 명)
전체 응답자 5000명
신문구독자 1880(37.6%)
전국 종합일간지 구독자 1743(34.8%)
조중동 구독자 1438(28.7%)
전국 종합일간지 시장 중 조중동 구독자 82.5%
■ 한나라당이 말하는 가구구독률 기준으로 하여 조중동의 점유율을 계산해 봤다. 2008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조중동의 가구구독률(조사 대상 가구 중에서 몇 가정이 조중동을 구독하고 있는가의 비율)은 각각 11.9%, 9.1%, 6.6%이다. 한나라당은 이 가구구독률이 20% 이하인 신문만이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조중동을 보는 가구가 앞으로 2-3배 늘어난다고 해도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구독률 20%는 진입규제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 이 자료를 이용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조중동의 가구구독률을 추정해 볼 수 있다. 2007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1680만 가구에다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의 조중동 구독률을 곱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표2>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당 조중동 구독률(단위 :만,가구)
전체가구 (2007년) 1680(100%)
조선 199(11.9%)
중앙 152(9.1%)
동아 110만(6.6%)
<그림1>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당 조중동 구독률(단위 :만,가구)
- 2008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신문 가구구독률은 36.8%이다. 1680만 가구 중에서 618만 가구가 신문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신문을 보고 있는 618만 가구 중에서 조중동을 보는 가구는 461만 가구이다. 전체 가구의 약 75%가 조중동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신문 구독시장에서 조중동 상위 3개사의 집중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