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사가 점거파업 78일 만에 극적으로 타협했다. 노사 간 격렬한 충돌로 인해 노조원과 비노조원, 쌍용차 모두에게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끝내 정부는 불개입 원칙을 천명하면서도 경찰력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압박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회적 갈등 사안에서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통해 원만한 합의와 통합을 시도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측의 편에서 노동자들에게 최루액을 쏟아 붓는 주체에 불과했다.
갈등적 사안에서 방송뉴스는 공정하고 정확하게 상반되는 주장을 다루고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보도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쌍용차사태에서 뉴스는 양측의 충돌장면을 묘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고, 때로는 노동자들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장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쌍용차 노동조합이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5월 21일부터 노사 간 협상이 타결된 8월 6일까지 방송3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비교, 분석했다.
2. 방송3사 뉴스 양적분석
1) 방송3사 중 KBS 가장 적은 시간 보도 / ‘SBS 〉MBC 〉KBS’
쌍용차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5월 21일부터 노사가 협상을 통해 점거농성을 해제한 8월 6일까지 총 78일 간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의 보도건수와 보도시간을 살펴보았다. 먼저 분석기간 동안 KBS 49건, MBC 50건, SBS 51건으로 3사 보도건수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기간 78일 동안 쌍용차 사태를 보도한 시간은 SBS가 77분19초로 가장 많았고, MBC 75분53초, KBS 64분51초순이었다. KBS가 사회갈등을 주요하게 보도하고 사회적 합의를 독려해야 할 공영방송 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적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KBS는 SBS에 비해 보도건수가 두 건이 적었지만 방송시간 면에서는 12분가량 적어 리포트 한 건당 시간은 SBS나 MBC에 비해 턱 없이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시간 만으로 뉴스의 심층성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보도시간이 길 경우 다양한 사실관계와 입장을 비교, 분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층성이 부족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뉴스가 ‘짧은 뉴스’보다는 ‘긴 호흡의 뉴스’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쌍용차 사태에 KBS가 적은 비중을 할애했다고 할 수 있다.
쌍용차 노조의 점거파업 이후부터 노사 간 타결이 임박한 시점의 뉴스의 경향을 살펴 보면,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보도 양의 차이를 지적할 수 있다. 그간 언론이 특정 갈등 사안이 진행 중인 동안 갈등해결을 위해 중재자로서 기능하기 보다는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거나 극적으로 타협에 도달했을 때에야 비로소 관심을 갖던 보도관행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타협 직전 노사, 경찰 간 충돌이 최고조에 이른 8월 5일과 노사 간 타협안이 도출된 8월 6일을 제외하고, 5월21일부터 8월4일까지 방송3사의 뉴스를 다시 분석하였다. 그 결과, KBS와 MBC는 37건, SBS는 40건을 보도했다. 하루 평균 보도시간에서는 SBS가 1분 47초로 가장 길었고, MBC 1분 46초, KBS 1분 27초로 나타났다. 전체 보도시간과 하루 평균 보도시간 모두에서 KBS가 타사에 비해 적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보도건수 및 보도시간(앵커멘트 포함)
<표 2> 보도건수 및 보도시간(앵커멘트 포함)
2) 방송3사, 10건 중 6건 이상 ‘중계’형태 스트레이트 보도
방송3사의 보도유형을 스트레이트, 해설보도, 기획보도, 단신으로 나눠 살펴보았다. 방송3사 모두 전체 보도 가운데 60%에 달하는 비율이 스트레이트였는데, 노사의 주장을 병렬적으로 전달하거나 노사, 경찰 간 충돌 장면을 묘사한 뉴스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방송사별로 살펴보면, 해설과 기획보도 수의 합이 KBS의 경우 13건, SBS 15건, MBC 17건에 불과했다. 갈등사안의 경우, 뉴스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만 전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포괄적 이해당사자를 논의에 참여시켜 문제해결을 꾀하는 보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사태를 다룬 뉴스의 대부분은 양측의 충돌과 비타협적인 모습을 중점 보도함으로써, 방송이 문제해결을 위한 공론장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표 3> 보도유형
3) 방송3사, 원인분석+대안제시 미흡
뉴스 리포트의 심층성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현상, 원인분석, 영향, 대안제시의 형태로 리포트의 내용을 구분하고, 각각의 내용이 뉴스에 얼마나 반영되었는가에 대해 살펴보았다. 앞서, 스트레이트의 보도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과 유사하게, 방송3사 모두 현상과 관련한 뉴스가 전체의 60%를 넘었다. KBS 69.4%, MBC 66%, SBS 62.7%에 달할 정도로 현상 보도에 치중한 반면, 대안까지 제시한 보도의 비율은 7~14% 정도로 미흡했으며 그마저도 노사 간 협상 타결 직후에 집중되어 있었다.
<표 4> 리포트의 심층성
4) 방송3사, 정부관계자 정보원 등장 거의 없어, 정부책임론 제기 못해
전문가 정보원 없어, 문제해결 위한 전문가 조언도 없어
쌍용차 노사가 70일이 넘도록 여러 차례 충돌과 협상을 반복하는 동안 쌍용차 문제는 자연스레 기업의 부실경영과 그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가 일정 부분 져야 한다는 구조조정의 기업회생방안을 두고 적지 않은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노동유연화와 미국발 경제위기의 영향은 쌍용차라는 개별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 대부분의 기업과 사업장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쌍용차 사태의 경우,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좀처럼 실마리를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채권단은 외면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뉴스에서 다양한 정보원을 활용해 원인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방송3사의 뉴스에서 인용한 정보원의 수는 리포트 1건당 평균 1.6명 수준에 불과해, 갈등의 주체인 노사의 입장 외에 또 다른 이해당사자나 갈등의 조정과 협상에 도움을 줄 만한 정보원은 거의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5> 보도 건당 정보원 수
방송3사의 정보원 이용경향을 살펴본 결과, 3사 모두 쌍용차 사측과 파업 노동자들의 정보원 이용비율은 비슷한 경향을 나타냈다. 사측 혹은 노조측 가운데 한 쪽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양적으로는 양측의 입장이 균형 있게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 정보원 이용경향을 보면 전체 50건에 달하는 뉴스 가운데 3-5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뉴스가 쌍용차사태의 원인을 진단하고 문제해결을 조언하는 전문가를 활용하지 않은 채, 현상전달을 중심으로 한 보도에서 기인한 결과로 판단된다.
또한, 3사 뉴스 모두 정부 관계자를 정보원으로 활용한 빈도는 매우 낮거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보원 이용경향은 쌍용차 사태에서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지 않은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특히, 쌍용차 사태는 정부가 상하이자동차에 매각한 이후 불거진 문제라는 점과 쌍용차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노조원 가족까지 포함 10만 명의 실직 가정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불개입’ 원칙에 대해 명확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했다.
같은 시기,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이른바 ‘민생정치’를 하던 때였음에도 한나라당이 쌍용차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집권여당의 책임론을 제기했어야 한다. 뉴스가 정당과 정치인의 발언의 경우, 공식적인 논평에 의존하거나 정당과 정치인이 ‘홍보성’, ‘폭로용’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주요한 정보원으로 활용하지 않는 보도관행이 되풀이 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표 5> 정보원 이용경향
3. 방송3사 뉴스 질적 분석
1) 파업초기, 노조측 입장 전달 안 돼 ‘밥그릇 지키기’로 전락
노사 협상안 비교 검토 없이 ‘공장점거’ ‘직장폐쇄’ 갈등 중계만
파업 초기 뉴스는 사측과 노조측이 단지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차이로 갈등하고 있는 프레임을 활용하여 보도함으로써, 다양한 정보와 의견이 공유되고 그 속에서 숙의될 여지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예를 들어, 5월 22일 노조 측은 현재 ‘8+8 체제’(주야 8시간씩 2교대) 근무를 ‘5+5 체제’(3조 2교대)로 바꿀 경우, 정리해고를 하지 않아도 임금이 30%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있으며,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1천억 원의 담보를 제공하면 회사 안 못지않은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파업 초기부터 방송3사 어디에서도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만 보도할 뿐, 노조 측의 제안을 보도하지 않았다. 또한, 사측의 기업회생방안에 대해서도 뉴스는 노조 측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상세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노사 간의 갈등이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쌍용차의 회생 여부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KBS, 5.22)
“노사의 대립으로 공장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쌍용차 회생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SBS, 5.22)
“(노조의 파업이) 법정 관리 중인 쌍용차의 기업 회생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입니다”(MBC, 5.21)
특히, 위의 경우에서처럼, 뉴스는 노조의 파업이 기업회생에 ‘부담’을 주거나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처럼 부정적인 태도로 보도하기도 했다. 쌍용차 기업회생에 노조의 파업이 미칠 영향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멀쩡하게 일만 하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내쫓겨야 하는 현실은 노동자들이 유발한 결과가 아닐뿐더러, 생존권과 다름없는 ’일할 권리‘를 박탈당한 현실에서 노동자의 파업이 미칠 영향을 먼저 우려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파업에 부정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노조의 파업이 끼칠 영향을 우려했다면, 반대로 뉴스는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회생 안을 들고 나온 사측의 방안 역시 기업회생에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 역시 했어야 한다. 그동안 쌍용차 사측은 구조조정 비용 1천억 원과 신차 개발비 1500억 원이 있으면 회사 정상화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다고 밝혀왔으며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산업은행과 3300억 원의 담보를 토대로 대출을 추진한 바 있다. 즉, 쌍용차가 살아남으려면 공장을 정상 가동시킨 뒤에도 구조조정, 운영자금 확보, 신차(C200) 적기 투입 등 3가지 큰 과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마치 구조조정이 기업회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쌍용차 사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저해하는 보도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노조 측은 사측의 직장폐쇄 발표 다음날인 6월 1일 새로운 자구안을 내놓고 회사쪽에 ‘직장폐쇄 철회’를 정부쪽에는 ‘노정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3사 중 어디에서도 노조의 자구안을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KBS는 다음날인 6월 2일, 쌍용차 회사가 희망퇴직 신청 기간을 연장했다고 단신으로 보도하면서 “희망퇴직이 정리해고보다 퇴직금에서 50% 정도 유리하기 때문에 정리해고 대상 직원들에게도 희망퇴직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발언을 인용했다. 이러한 보도는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식으로 이해할만한 팩트를 선별해 보도한 것으로서, 전날 있었던 노조 측의 제안은 보도하지 않아 결국 사측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한 보도양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쌍용차 사태가 장기화로 치달은 이유는 노사 간 협상이 파업 15일 만에 시작됐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노사 간의 입장 차이와 상호 간의 불신의 골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파업 초기 뉴스는 노사협상을 통해 상생하는 협상결과를 도출하도록 유인하는 보도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파업 초기 뉴스는 ‘노사 간 정면충돌 가능성’ 만을 우려하는 리포트를 할 뿐, 노사 협상의 걸림돌이 무엇인가에 대해 지적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사측이 공장점거파업 열흘 만에 평택공장에 대한 직장폐쇄 조치를 단행한 5월31일, 사측은 노조측과 점거파업 이후 협상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만약, 사측이 공권력 투입을 염두에 두면서 노조의 파업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려 하기보다는 노조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했다면, 물적, 인적피해는 물론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타협안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KBS와 SBS가 이날 뉴스에서 ‘정면충돌 가능성’ 만을 현상적으로 전달한 데 비해, MBC는 “무엇보다 사측이 노조와 협상을 해보지도 않고 곧바로 직장 폐쇄를 결정했다는 데 격앙돼있습니다”(MBC, 5.31)라며, 대화의지가 결여돼 있는 사측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파업 초기, 뉴스가 노조와 사측 간의 쟁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비교해 공론을 모으기 보다는 ‘구조조정’ 여부에 초점을 맞추거나 ‘충돌’ 중심으로 보도함으로써 노조의 파업이 곧 ‘밥그릇지키기’라는 프레임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2) 모든 피해가 ‘노조파업’ 때문?
그동안 언론은 노동자 파업 관련 보도에서 파업으로 인한 피해와 불편을 부각시켜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켜 왔다. 파업의 이유나 원인에 앞서 그 피해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만큼 대중여론을 움직이기 쉬운 보도양태도 없다. 그러나 파업은 일정 정도 누군가의 피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파업이나 농성 과정에서 그로 인한 피해를 논하는 보도 자체가 문제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쌍용차가 현재의 상태에서 회생하지 못해 해체될 경우, 그 피해는 쌍용차 회사는 물론이고 노동자와 가족, 협력업체, 그리고 평택시 전체로까지 막대하다. 쌍용차 사측에서 해고통지서를 보낸 며칠 뒤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6월 3일, MBC뉴스는 “해고됐다는 통지서 한 장으로 수십 년 일했던 직장을 그냥 나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참담해 하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인터뷰하는 ‘기획보도’(현장출동)를 함으로써, 파업으로 인한 피해의 ‘주체’를 달리 했다. 즉, 파업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인데, 더 중요한 것은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과 그들이 입을 피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KBS는 6월5일 쌍용차 협력업체의 결의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어려움에 빠진 협력업체의 실상을 보도했다. 쌍용차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협력업체의 줄도산이 예고된다는 지적은 적절하나, “파업 여파까지 겹치며 고사 위기에 내몰렸습니다”는 앵커의 코멘트는 오롯이 협력업체의 고사위기 책임을 노동자의 파업으로 떠넘긴다는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정작 협력업체들의 실상을 전하려면 ‘어렵다’는 현실만 전할 것이 아니라, SBS의 6월 7일 보도에서처럼, 협력업체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즉각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 직장 폐쇄도 철회하고 파업도 풀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파국을 막는 유일한 길입니다”라고 보도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협력업체뿐 아니라 노사가 대립 속에 점거와 직장폐쇄로 맞서는 상황에서, 현 상황에서 비롯되는 피해는 적어도 양측에 유사한 비교형량을 두거나, 양측의 양보를 요구하는 발언을 인용 보도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이밖에도 뉴스에서 현 쌍용차 사태의 책임을 은연 중 파업 중인 노조에게 돌리는 보도는 적잖이 등장한다.
“사측은 무급휴직 등 구조조정 수정안 범위 안에서 재협상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노조측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매출 손실이 누적되고, 영업망 붕괴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점거 농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SBS, 6.27.)
쌍용차 노사 간 충돌이 격해지면서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던 시점인 6월 28일, SBS 뉴스는 “사측은 무급휴직 등 구조조정 수정안 범위 안에서 재협상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노조 측은 거부하고 있습니다”라며 그 책임이 노조 측에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당시의 상황을 기자의 리포트와 정반대로 재구성한다면, 노조 측이 제시한 구조조정 안에 대해 사측이 거부하고 있고, 협상 직후 몇 시간 만에 용역을 공장에 투입하는 등 사측이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이미 뉴스가 지나치게 편향되고 편파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SBS는 7월 20일 뉴스에서도 정부와 채권단만을 정보원으로 활용해 쌍용차에 대한 피해가 누적되면서 파산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는 “두 달 넘은 파업 기간 동안 매출 차질은 1만 1천대, 금액으로는 2,400억 원에 이릅니다”라며 회사 측의 피해계산을 인용해 보도하는가 하면, “정부에선 쌍용차 사태를 전면적인 노사 관계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겠다는 분위기입니다”라며,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측의 입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불과 20일 전까지만 해도 서울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파업에 따른 피해가 청산보다 존속가치가 크다는 회생절차의 전제를 뒤집을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 파산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한겨레, 6.30)고 말한 바 있다. 기업의 회생여부를 뒤집을 정도의 판단을 통해 파산결정을 내리려면 그럴만한 논리적 증거제시가 되어야 하는데, 뉴스는 객관적으로 비교 검토하지 않은 채 사측의 정보원 발언만을 인용해 보도함으로써 균형이 실종된 보도를 하고 있었다.
쌍용차사태 장기화가 곧 쌍용차의 파산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사측과 정부, 채권단의 협박성 발언이 계속되었고, 비해고 조합원들을 동원한 ‘관제데모’가 연일 벌어졌다. 이를 두고 뉴스는 이른바 ‘노-노 갈등’이라고 이름 붙였다. 비해고 조합원들로 하여금 관제데모에 참석토록 단체 문자를 돌리고, 참석여부의 출석을 확인하는 등 사측의 이간질 행위는 시종일관 계속됐다.
쌍용자동차 노조의 옥쇄파업이 계속되던 6월 16일, 쌍용차 비해고자 임직원들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이른바 ‘노-노’ 갈등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날 방송3사 뉴스에서 사운드바이트로 인용된 사측 임직원들은 대부분 공장장이거나 부장급들로 현장 노동자라기보다는 회사 측 입장을 전달하는 임원급 관리자들이었다. 노노갈등이라고 프레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뉴스는 회사 임원을 일반 노동자라고 둔갑시켜 거짓 인터뷰를 한 것이다.
곽상철 전무/쌍용자동차 : "조속히 생활에 안정을 기하고 보람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고 모두의 뜻입니다."(KBS, 6.16.)
송승기 부장/쌍용차 측 생산1담당 : "이 상황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내일이 됐든 모레가 됐든 공장 정상화를 위해서 애를 쓸 예정입니다."(MBC, 6.16.)
곽상철/쌍용차 평택공장장 : "계속 들어가야죠. 저희 일하러 들어가야죠. 그것만이 살릴 수 있는 길이지 그렇지 않고는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SBS, 6.16)
또한 다른 언론보도를 보면,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회사 측의 태도가 여러 정황을 통해 나타났다. 말로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출근이라고 하면서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출근 점검을 한다’(한겨레, 6.16)고 압박하는가 하면, 회사 측 임직원들 간에 용역직원들이 포함돼 이들을 주축으로 충돌을 ‘유도’하는 현상이 발생했음에도 이날 이를 언급한 언론은 SBS가 유일했다.
노조 측은 오늘 집회에 사측이 용역회사 직원들을 대거 동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창근/쌍용차 노조 기획부장 : 사측이 얘기하고 있는 자발적 참여가 조직폭력배, 용역 깡패를 동원한 자발적 참여라고 하는 것이 스스로 오늘 밝혀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SBS, 6.16)
그러나 SBS 역시도 노조 측의 ‘주장’이라고 전할 뿐, 진위여부를 취재해 확인하지 않았다. 사측이 조직폭력배나 용역깡패를 동원했는지,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라고 하면서 사측이 이를 압박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지 등은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이 가능한 사안이다.
결국, 뉴스에서 ‘노-노’갈등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보도를 했을 뿐, 실제로 해고노동자와 비해고 노동자 간의 갈등을 유발한 사측의 태도라든지, 용역직원들의 충돌유발현장 등은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4) SBS, 노조의 새총공격, 화염병 투척 화면 대부분 리포트 앞머리에
쌍용차 사측은 회사직원과 시설물 보호를 이유로 용역을 동원했다고 밝혔으나, 이미 여러 차례 격렬한 충돌 과정에는 용역들의 과도한 진입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런 가운데 7월 1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공개한 ‘용역업체 대금지급 허가신청’을 보면, 이미 총파업에 돌입하기 전부터 사측이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 총 7차례에 걸쳐 28_억여 원을 용역업체에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사실을 보도한 방송뉴스는 없었다. 한 편으론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수십억 원을 들여 용역을 고용하고 ‘공장탈환’을 위한 진압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음에도 뉴스는 이러한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사측의 협상의지에 대해 노조 측이 신뢰할 수 없는 정황 등을 시청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한, 이날 경기지방경찰청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형사 90명을 투입해 노조 간부 검거 작전에 들어갔다는 사실도 뉴스는 보도하지 않았다. 노사 간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노조 지도부 검거작전에 돌입하는 것이 원만한 사태해결을 바라는 정부의 태도인지 뉴스는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 정부가 현 사태에 ‘불개입’ 원칙을 세워두었음에도 노조만을 일방적으로 탄압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사측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임에도 뉴스는 이러한 사실관계 조차 다루지 않는 편향을 드러냈다.
“노조원들은 공장 옥상에서 경찰 쪽을 향해 간간이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며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낮에는 노조원들이 도장 공장 쪽에서 철제 볼트 30개를 한꺼번에 발사할 수 있는 사제 대포를 경찰에게 난사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경찰은 특수강화 플라스틱 방어막 10여 개를 추가로 공장 안에 투입해 맞서고 있습니다”(SBS, 7.20)
SBS는 7월 20일, 방송3사 가운데 처음으로 쌍용차 사태 관련 소식을 톱뉴스로 다루고 세 꼭지를 연속 보도했다. 그러나 SBS 뉴스는 노조원들이 경찰을 향해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을 상당시간 보여주면서, 경찰은 플라스틱 방어막으로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3사 뉴스 가운데 특히, 현장의 충돌 장면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그 과정에서도 사측이 용역을 동원해 충돌을 유발하거나 용역 역시 도장 공장을 향해 새총을 쏘는 장면 등은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편향된 사실과 화면을 제시하고 있었다. SBS는 7월 28일 뉴스에서도 “노조 측이 바리케이드로 삼고 있는 출고용 차량들입니다. 사측이 수거하기위해 접근하자, 노조원들이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집니다”라며 노조의 폭력성을 뉴스 시작과 함께 부각시켜 보도했다.
5) KBS, 전자총 위험경고 없이 변명하는 경찰 인터뷰 싣기도
쌍용차 공장에는 농성 진압을 위한 ‘신무기 전시장’이라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경찰이 집회나 농성 중인 현장에 헬기를 띄워 실시간 채증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히면서, 쌍용차 공장에는 경찰 헬기가 1시간마다 주야간으로 저공비행을 해, 노조원들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괴롭히기도 했다.
“무기도 무기지만 도장 공장에서의 화재 상황이 경찰이 강제 진압작전을 미룰 정도로 가장 큰 위험 요소입니다”(SBS, 7.23)
<인터뷰> 김OO(경위/테이저건 발사 당사자) :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 여러분들이었다면 어떻겠느냐?"(KBS, 7.23)
사측과 경찰이 노조원을 압박하던 7월 23일에는 경찰이 테러범 진압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전자총을 노조원을 향해 발사해 노조원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MBC는 “국제사면위원회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전자총에 맞아 숨진 사람이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290명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라며 경찰의 전자총 사용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계하고 나선 반면, KBS와 SBS는 전자총 사용 사실만 보도할 뿐, 위험성에 대해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KBS는 자위적 상황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경찰 인터뷰를 실었고, SBS는 전자총보다 도장 공장에서 화재상황이 더 큰 문제라며 비중을 두지 않았다.
8월 3일에는 경찰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상공에서 농성 노조원들을 향해 뿌리고 있는 최루액에서 ‘발암 추정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이 검출됐다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등의 조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보도한 방송뉴스는 없었다. 경찰은 유해성이 낮다고 반박했지만, 인의협 등은 유해물질을 노조원에게 투입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여러 차례 경찰이 진압과정에서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이상으로 노조원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어 위법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방송뉴스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다루지 않거나 비판의식 없이 단순 사실로 다루는 등 유독 노동자 파업 현장에서는 공권력의 폭력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6) 경찰, 사측의 ‘농성해산시나리오’ MBC만 보도
KBS, SBS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인권침해’ 비판 없어
쌍용차 사태가 총파업 시점부터 타협에 이르기까지 공권력 투입과 충돌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경찰이 점거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향해 벌인 각종 비인도주의적 처사 역시 뉴스를 통해 적절히 비판되지 못했다. 6월23일, 사측은 용역을 동원해 출입을 통제하고 생필품 반입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SBS는 비인도주의적 처사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단지 이에 격렬히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모습만 묘사하고 있었다. SBS는 쌍용차 노조원들이 용역직원들을 향해 분뇨가 든 비닐봉투를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쇠파이프를 들고 다니는 장면 등을 보여주었다. 쌍용차 노사 간의 충돌이 있었던 6월 27일에도, 사측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변호인과 의료진의 출입을 막은 ‘사실’에 대해 뉴스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이날 뉴스 가운데 이 사실을 언급한 것은 MBC가 유일했으나, MBC 역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이 단순 사실전달 뿐이었다.
쌍용차 평택공장에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던 7월 17일, 사측의 농성 해산 시나리오가 드러났다. 야간에 헬기를 띄워 잠을 못 자게하고 수면 가스를 살포하자는 내용 등이 담겨져 있었다. 특히, 경찰이 사측과 공조해 기자들의 출입을 막기로 협의하는 등 정황이 드러났으나, 경찰과 사측은 발뺌으로 일관했다. 방송 뉴스 가운데 이 소식을 보도한 언론은 MBC가 유일했다. MBC는 ○ 부모를 통한 심리적 회유 ○ 경찰 헬기를 주야간 1시간씩 띄워 수면을 방해하는 아이디어 ○ 수면가스를 써서 농성자를 잠들게 한 뒤 들어가자는 방안 ○ 사측이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경찰과 공조가 이뤄졌다는 정황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실제로 이후 기자들의 출입이 제한되고 부모로부터 노조원들을 회유하는 연락이 왔으며, 농성 진압 과정에서 주야간 헬기를 띄워 농성자를 심리적, 육체적으로 피폐한 상태로 치닫게 하는 등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화나 타협보다 진압작전에 몰두하고 있는 사측이나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경찰이 사측과 공조해 진압을 펼친 점 등은 사상 유례가 없는 비인도주의적 행위이다.
“민주노총은 일각에서 제기된 사측의 수면가스 살포계획 논란과 관련해 강경진압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이에 쌍용차측은 수면가스 등의 극단적인 방안은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없는 개인 발상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습니다.”(KBS, 7.19)
이에 대해 KBS는 사흘 뒤인 19일, 법원이 쌍용차 평택공장에 대해 강제집행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말미에, 수면가스 살포와 관련한 논란을 민주노총과 쌍용차 측의 주장을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보도를 했다. 앞서 MBC의 보도와 비교할 때, 여러 가지 정황증거와 실행되고 있는 진압작전에 대해 KBS 기자는 모르쇠로 일관한 채 단순히 ‘논란’으로 다루는 비정상적인 보도행태를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사측은 7월 16일부터 도장 공장으로 향하는 음식물 반입을 통제하는가 하면, 7월 19일에는 의료진의 출입을 막아서기도 했다. MBC가 19일 한 꼭지를 할애해 의료진의 출입을 통제해 논란이 일었다는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을 뿐, KBS는 20일 리포트에서 “어제부터 음식물 진입이 차단된 데 이어 오늘 오전에는 물과 가스 공급도 완전히 중단됐습니다”라며 짤막하게 보도했고, SBS 역시 20일 “사측은 빠른 시일 안에 점거농성을 중단시키겠다며 도장 공장에 물과 가스 공급도 끊었습니다”라고 보도했을 뿐이었다.
구조조정을 철회 해 ‘함께 살자’고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물과 전기, 의료진마저 출입을 봉쇄하는 야만적 상황을 보도하지 않거나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보도하는 뉴스가 지난 70여 일간 반복되었다고 할 수 있다.
7) 갈등조정자로서 정부의 역할론 언급 없어,
KBS 사태해결촉구 시민사회를 ‘문제 꼬이게 하는 외부세력’으로 규정
쌍용차사태에 대해 정부는 불개입 원칙을 천명했다. 쌍용차 사태가 노사 간 충돌 속에 장기간 지속된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러한 사회적 갈등사안에서 정부를 비롯해 갈등의 조정자가 부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불개입을 천명하면서도 경찰이 사측과 협력해 진압작전을 펼치는가 하면, 유례없이 법무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해 경찰을 격려하는 등 균형이 실종된 모습도 여러 차례 보였다.
노조의 공장점거와 사측의 직장폐쇄로 충돌이 임박한 6월 1일, 정부는 "구조조정이 미흡할 경우 오는 12월 말까지로 예정했던 10년 이상 노후차 교체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조기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분규가 진행되는 사업장 특히 산업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의 경우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내수진작과 생산, 소비의 선순환을 끌어내도 모자랄 판에, 자동차업계의 불황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태도에 대해 뉴스는 적절한 비판을 하지 못했다. 이날 관련소식을 유일하게 보도한 SBS는 “세제지원이 실시되면서 지난달 국내 자동차 업계의 내수판매는 업체별로 최고 44%까지 증가했습니다”(6.1)라며, 자동차업계에 미칠 피해를 보도하면서도 정작 정부가 개별 사업장의 노사협상 및 분규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입장을 표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비판을 하지 못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공장 점거 파업에도 사측이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외부세력까지 개입하면서 쌍용차 사태는 갈수록 난마처럼 꼬여가고 있습니다.” (KBS, 8.4)
노조는 지속적으로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면서 노사정 대화를 통해 상생의 해결방안을 찾아보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노조원들에 대한 검거작전에 나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6월 말부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참여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KBS는 8월 4일 뉴스에서, 이들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한 뒤 이들로 인해 사태가 난마처럼 꼬여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사 간의 더 이상의 충돌을 자제하고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를 두고 ‘외부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이들로 인해 사태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며 책임을 시민사회에 전가하는 것은 쌍용차 사측과 KBS만의 논리이다.
3. 나가며
쌍용차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5월21일부터 노사 간 협상을 통해 점거농성을 해제한 8월6일까지 78일간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해보면 보도건수와 보도시간은 SBS, MBC, KBS 순으로 나타났으며 방송3사 모두 60%이상의 뉴스가 ‘중계’형태의 스트레이트 보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3사의 뉴스에는 사건묘사와 현상만 있을 뿐, 원인분석+대안제시 미흡했으며 정부관계자, 전문가 등의 정보원은 거의 없어 사태해결을 돕는 조언자의 참여를 배제했다.
방송3사 뉴스는 노조의 파업초기, 노조 측의 입장이나 노사 협상안에 대한 비교 검토 없이 ‘공장점거’, ‘직장폐쇄’ 등 갈등 중계에 치중했으며, 파업으로 인한 피해와 불편을 부각함으로써 모든 피해가 ‘노조파업’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해, 결국 ‘노조’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장하기도 했다.
또한, 빈번하게 등장하던 ‘노-노갈등’ 프레임의 보도에서도 충돌을 유도한 사측의 책임론과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갈등조정자로서의 정부의 책임론 등이 빠져있어 문제제기와 비판 없이 폭력 사태에 치중하는 보도 양태가 이어졌다.
2003년 KBS가 제정한 ‘노동관련 보도 준칙’의 앞머리에는 “파업은 법으로 보장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라고 명시되어 있다. 파업에 이어 공장점거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방송뉴스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물었고, 약자인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자본과 국가권력의 협공을 적절하게 비판하지 못했다.
그간 노동자 파업 관련 보도에서 드러난 언론보도의 문제점이 이번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반복되었는데, 특이할 점은 이번의 경우만큼 정부의 역할론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었던 적도 없었던 듯 보인다. 쌍용차의 상하이차 매각과 관련해 문제의 근원을 지적한 보도는 없었고, 문재해결을 위해 미국의 경우처럼 국가가 나서 피해를 줄이려는 사례에 대한 검토 역시 없었다. 평택공장을 신무기 시연장 쯤으로 여기며 전자총을 쏘아대는 상황에 대해서도 방송은 모른 척 했다.
KBS 노동관련 보도세칙에 보면, ① 피해보도를 지양하고 ② 인터뷰는 편향적으로 하지 않으며 ③ 당국의 공식발표라 하더라도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하고 ④ 인용과 뉴스영상은 편향되지 않고 과장하지 말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3사 뉴스 어디에서도 보도준칙에 걸 맞는 뉴스를 한 곳은 없었다. 적어도 이번 쌍용차 사태에서 책임을 방기한 여러 주체들 가운데, 방송 역시 그 책임의 한 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