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신문의 근거 없는 자의적 해석, 악의적 추측 보도
- 노조법 통과와 용산참사 합의를 바라보는 보수신문의 표정관리
2009년 12월21일부터 2010년 1월4일까지 14일간,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 등 5개 신문을 대상으로 노동현안 관련 기사를 모니터하였다. 주제는 작년 말 통과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관련 신문들의 보도 행태를 분석하였다. 또한 12월 30일 용산화재 참사 문제가 유가족들의 양보로 타협되었는데, 이에 관한 보도 프레임 역시 살펴보았다.
추미애 개정안에 대한 상반된 평가
‘민주노총의 요구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 아닌 ‘주장’
보수신문들은 추미애 위원장이 이른바 ‘8인회의’를 소집할 당시만 해도 ‘독단’과 ‘독선’이라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추 위원장이 25일, 중재안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여야 모두는 물론이고 재계와 노동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며 중재안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집중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보수신문들은 30일 추 위원장이 제시한 개정안이 야당의원 없이 환노위를 통과한 이후부터 ‘추미애의 반란’, '추미애 노조법‘ 등의 표현을 써 가며 표정관리를 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12월29일 <한나라 물 타고, 추미애 뒤집고, 민주당 판 깨고...>제목의 기자수첩에서, 추 위원장이 노사정 합의의 판을 깨고 8인회의를 소집하더니 중재안은 야당과 민주노총에 유리하다며 문제 삼았다. 기사는 추 위원장의 개정안이 타임오프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전임자가 임금을 받을 경우 노조를 처벌하는 조항 등이 삭제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중앙은 민주당 안팎의 얘기를 인용해 추 위원장이 대권을 의식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정치적 해석도 담았다. 그러나 중재안이 양 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민주노총과 야당의 요구가 반영된 부분도 없다. 타임오프제의 경우, 노사간 갈등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전임자임금 금지문제 역시 임금지급으로 인한 쟁의행위는 처벌하도록 되어있어 노측 처벌효과가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추미애 중재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일관되게 천명해 왔다.
중앙일보, 12월29일 <한나라 물 타고, 추미애 뒤집고, 민주당 판 깨고...>(정효식 기자 / 기자수첩)
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환노위원장은 한술 더 떠 노사정 합의를 부정하며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8인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26일 회의에서 타임오프의 범위를 ‘노조유지 및 관리활동’으로 넓히는 중재안을 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개정안에서 전임자가 임금을 받을 경우 노조를 처벌하는 조항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조차 “대권 꿈이 있는 추위원장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추미애 ‘죽이기’‘에서 추미애 ’살리기‘로
25일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중재안을 발표하자 조선일보는 26일, <추미애, ‘勞使政 합의’ 뒤엎는 중재안>기사에서 “이 중재안은 지난 4일의 노사정 합의를 흔들어 놓는 것으로, 재계와 한나라당이 반발하는 등 노동법 처리에 돌파구가 될지는 불투명하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조선일보 12월 28일에도 <노사 모두에 외면당한 ‘추미애 案’>(정우상 기자)기사에서도 “추미애 국회 환노위원장의 시도는 노사 양측에서 거부당해 실패로 끝났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30일 오후 추미애안이 환노위를 통과하자 보수언론은 기존의 입장을 전면 뒤집으면서 ‘추미애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2월31일 <‘건전한 노사관계 활동’ 등 유급제한, 노조 전임자 수 줄일 법적 근거 마련>기사에서 추미애 안을 두고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최소한의 원칙은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노·사 모두 현행법 시행에 따른 최악의 혼란을 면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역시 12월31일 <노조법 ‘추미애의 반란’>기사에 ‘파국은 막은 셈’이라며 안도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환노위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방식은 야당 의원들의 참여가 봉쇄되어, 절차적 문제가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은 이에 대해 전혀 거론하고 있지 않다. 개정안을 두고 6자 협의체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입장을 밝혔을 때 추 위원장에 대한 공격을 퍼부어대던 보수언론은 야당의원들의 입장을 가로막은 채 법안을 통과시킨 절차적 비민주성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추미애와 노조법 개정안을 치켜세웠다.
조선일보, 12월 31일 <‘건전한 노사관계 활동’ 등 유급제한, 노조 전임자 수 줄일 법적 근거 마련>(최현묵 기자)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동법 개정안은 지난 4일 '노사정 합의'에 비해 노동계에 유리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지만, 전임자 수를 합리적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최소한의 원칙은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사 모두 현행법 시행에 따른 최악의 혼란을 면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앙일보, 12월31일 <노조법 ‘추미애의 반란’>(정효식․허진기자)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노조법의 운명을 갈랐다. ... 본회의 처리가 남아있긴 하지만 1월1일 복수노조 전면 도입과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현행 노조법이 자동 시행되는 파국은 일단 막은 셈이다.
노조법에 대한 자의적 해석
보도는 기본적으로 사실에 기반해야 하고, 주장에는 근거가 제시되어야 신뢰할 수 있다. 근거 없는 주장은 언론의 객관, 공정보도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노조법 통과 이후 노조법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앙일보는 1월2일 <6월말까지 단협 놓고 노사 충돌 예고>기사에서, 전국 단위의 산별노조가 2년6개월 간 교섭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별다른 근거 없이 “기업 내 소수노조에 대한 역차별이 1년 동안 벌어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애초 개정 노조법은 창구단일화를 사실상 의무화 하고 있어 그 자체로서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중앙은 산별노조의 유예기간을 두고 소수노조와 차별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애초 창구단일화를 통해 소수노조가 근원적으로 차별받도록 규정했다는 점은 쏙 빼놓고 있다. 오히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산별노조 지부의 교섭권을 인정한다는 조항을 통해 산별노조 지부의 개별 교섭을 막으면 산별노조가 무력화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인정되고 있는 산별노조의 복수교섭이 금지될 가능성도 커 현장에서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중앙일보, 1월2일 <6월말까지 단협 놓고 노사 충돌 예고>(김기찬 기자)
금속노조와 같은 기업 내 노조가 아닌 전국 단위의 산별노조는 2년6개월간 별도 교섭권을 가질 수 있게 한 것도 논란이다. 과반수 노조가 있으면 소수노조는 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산별노조는 이후 1년 동안 별도로 교섭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내 소수노조에 대한 역차별이 1년 동안 벌어지는 셈이다.
‘노에 불리한 타임오프제’는 ‘안전장치 마련’ 화색
개정 노조법은 타임오프 항목에 대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두기로 하였다. 위원회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결정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사실상 정부의 구상대로 항목을 정할 수 있는 제도적 모순을 담고 있다. 중앙일보는 1월2일 <6월말까지 단협 놓고 노사 충돌 예고>기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과도한 노조업무를 제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중앙이 노조에 불리한 제도적 모순을 ‘안전장치’라고 반기는 것은 사실상 자신들이 한나라당과 재계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례라 할 수 있다.
중앙일보, 1월2일 <6월말까지 단협 놓고 노사 충돌 예고>(김기찬 기자)
타임오프 항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노조 업무를 제한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노사간 이견으로 합의되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결정한다. 사실상 정부의 구상대로 항목을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노조전임자 활동에 대한 왜곡된 해석
동아일보는 1월2일 <‘전임자 無임금’ 7월 태풍… 비대 노조 ‘구조조정’ 불가피>기사에서 “국내 노조 전임자 수는 2005년 노조 1곳당 평균 2.7명이었으나, 2008년에는 3.6명으로 늘었다. 반면 전임자 1명당 평균 조합원 수는 1993년 183.4명에서 2005년 154.5명, 2008년 149.2명으로 줄었다 ”고 노동부 2008년 실태조사를 인용하고 있다. 또한 “전임자 축소와 함께 복수노조 시행으로 노동 현장에서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파업도 상당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먼저 동아일보가 인용한 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른 노조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는 사실이 아니다. 조합원 수가 줄어들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서 최근 데이터가 아닌 1993년 통계치를 인용하여 왜곡한 것이다. 그리고 노조전임자 업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노조 전임자는 기업단위 노조활동이 작업장 통제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조직적인 근거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어왔던 제도이다.
동아일보, 1월2일 <‘전임자 無임금’ 7월 태풍… 비대 노조 ‘구조조정’ 불가피 > (이진구 기자)
전임자 1명당 평균 조합원 수는 1993년 183.4명에서 2005년 154.5명, 2008년 149.2명으로 줄었다.(노동부 2008년 실태조사). 노동부는 이 잉여인력 대부분이 상급단체의 파업 동참 등 조합원과는 거리가 먼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임자 수 축소와 함께 복수노조 시행으로 노동 현장에서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파업도 상당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에 대한 악의적 추측 기사
동아일보는 1월2일 <‘전임자 無임금’ 7월 태풍… 비대 노조 ‘구조조정’ 불가피 >기사에서 민주노총이 파벌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사에 따르면 “사업장 노조 안에서 파벌 갈등이 극심한 민주노총으로서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파벌별로 별도의 노조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복수노조가 시행되고 갈등이 극심한 각 파벌이 별도의 노조를 만들면 이런 합종연횡이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관계가 없는 악의적 추측일 뿐이다. 특히 기사 어느 곳에서도 이에 대한 근거는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다.
동아일보, 1월2일 <‘전임자 無임금’ 7월 태풍… 비대 노조 ‘구조조정’ 불가피 > (이진구 기자)
산하 사업장 노조 안에서 파벌 갈등이 극심한 민주노총으로서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파벌별로 별도의 노조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복수노조가 시행되고 갈등이 극심한 각 파벌이 별도의 노조를 만들면 이런 합종연횡이 어려워진다.
용산참사 합의, 보상금 문제로 프레임
1년여 만에 용산참사 문제가 타결되었다. 지난 12월 30일 용산참사 유가족과 범대위는 정부와 올해 1월 9일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합의하였다. 이를 보도함에 있어 보수언론은 ‘합의금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선일보는 12월31일 <보상금액 놓고 줄다리기… 4일 전부터 협상 급물살>기사의 제목부터 마치 보상금 문제가 유가족들의 최우선 이슈인 냥 말하고 있다. 유가족의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정부 사과 요구를 정부나 서울시가 거부하면서 용산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었음에도 이를 유가족들의 합의금 요구 때문으로 몰아가고 있다. 같은 날 동아일보 역시 <‘용산 참사’ 344일 만에 협상타결>기사에서 ‘위로금 등 35억 지급 합의’라고 부제를 달고, 내용도 합의금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용산참사 문제의 사실관계는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정부사과를 강력히 요구했고 정부는 이를 끝까지 거부해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합의에도 유가족 권명숙 씨는 “아직 공식타결 아니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완전한 타결이라 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언론들의 보상금에 초점을 맞추며 마치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합의금 때문에 지금까지 합의하지 않고 협상을 진행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