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환경 속에서 방송과 신문간의 교차 소유가 방송과 통신 시장 간의 상호 겸영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엄격하게 규제 대상이 되어 온 이유는 사상 시장(marketplace of ideas)의 관점에서 언론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가능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호겸영 규제의 목적은 기업 운용 효율을 증가시키고 시장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동시에 한 사업자가 하나의 서비스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쉽게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강력한 시장 지배력과 경제적 우위를 가진 일부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고, 그에 따라 경쟁의 감소와 다양성의 감소가 나타나는 것을 억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이찬구, 2003).
특히, 방송은 완전히 사유화된 독과점 신문과 달리 정부와 시민사회가 방송의 편성과 운영에 참여하는 공적 형태로 운영되면서 공공성을 보호하고 있으며, 전파의 희소성에 기초한 공적 독점의 시장형태를 지키고 있다. 따라서 방송의 공적 독점의 원칙에 대한 문제제기는 결국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는 공적독점의 장벽을 무력화시켜 독과점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다. 방송의 공공성을 보호하는 장치가 무력화되는 것은 곧 신문시장의 독과점 세력인 족벌언론이 신문과 방송을 아우르는 전체 여론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과 같다(대선미디어연대, 2007). 따라서 신문의 방송겸영금지 원칙은 유지되어 독과점 신문에 의한 신문 다양성의 위기가 방송으로 확대되어 민주적 여론형성을 위협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한나라당 측의 신문방송 겸영 방향은 지상파-일간신문 겸영은 제외되며, 뉴스전문채널과 종편 채널을 중심으로 겸영을 해체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박천일, 2007). 후보시절 이명박 대통령 측은 유료방송시장 즉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에 대해서는 보도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을 신문이 겸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26일 정병국 의원은 평화 방송 인터뷰에서 CATV나 IPTV의 경우, 소유지분 제한 등의 장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제한 장치는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2006년 말 대표 발의해 당론으로 확정된 ‘신문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국 일간지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한 신문사는 지상파 방송과 보도전문 편성, 종편 채널을 소유하지 못하고 지분 소유도 20%로 제한하는 것인데 이는 신문시장점유율에서 가장 엄격한 프랑스 사례를 참조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 의원은 우리 신문시장이 가장 점유율이 높은 신문사가 17% 정도여서 신문시장의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정 의원은 중앙일보 1월 12일자 인터뷰에서도 일단 IPTV나 CATV의 종편채널을 중심으로 겸영을 완화하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지상파도 겸영규제를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이용성, 2008).
종편을 통한 독과점 해소, 다양성 확보는 현실을 외면한 발상
종합편성채널 도입에 찬성하는 한나라당을 포함한 일각의 근거는 지상파 독과점의 폐단을 감소하고, 프로그램 및 의견의 다양성을 증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에는 큰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먼저, 방송위원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06년의 방송 시장의 규모는 9조 7,198억 원이며, 이중 약 38%인 3조 7,059억 원이 지상파방송의 몫이었을 뿐이다. 절반 이상인 62%가 유료방송차지였다(방송위원회, 2007). 홈쇼핑채널을 비롯한 PP의 총 수입이 3조 6,687 억 원으로 지상파방송 규모에 근접하였다. 케이블 SO의 시청료 인상, IPTV, 포탈TV의 확산 등의 요소가 더해지면 몇 년 안에 방송의 사경제는 전체 시장의 70%를 통제할 것이다. 그러한 반면 공영방송의 재정 규모는 2조 6,390억 원에 불과해 전체 방송시장의 27.1%에 그친다. 수신료와 같은 공적 재원도 전체 시장의 6% 미만인 수준이다. 이렇게 유료 방송 산업은 공영방송을 압도하고, 지상파방송을 규모면에서 앞서고 있으며, 이제는 지배적인 사업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현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지상파방송의 독과점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오히려 이것은 공영방송의 사유화를 지지하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우선시하는 지상파 방송과 상업 마인드에 기초한 유료 방송을 규제와 진흥 등에서 동일하거나 후순위로 취급하는 것이 지상파 독과점을 주장하는 이들과 정책당국의 현실적인 지상파 방송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둘째, 프로그램과 의견의 다양성 문제다. 종합편성 채널의 도입으로 기존 방송과 차별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사회 구석구석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방송을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현실을 외면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제작주체와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목표로 시행되었던 대표적인 방송정책은 외주정책이다. 그러나 이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체제작이냐 외주제작이냐의 외형적 차이만 형성했을 뿐 질적 다양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독과점과 유사 프로그램의 남발을 초래했고, 실험적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청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체제작에서 실험적인 형식을 시도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또한 종합편성 채널을 허용하면, 여기에 진입할 수 있는 유력한 사업자는 조선, 중앙, 동아로 대표되는 거대 신문기업이나 재벌뿐이다. 이는 가뜩이나 신문시장의 독점으로 인해 여론 독과점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며, 특히나 방송의 보도 기능을 사적 영역에 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종합편성 채널 허용은 여론 독과점의 심화 초래
현대 사회에서 언론 매체가 중요한 것은 언론매체의 책임있는 보도를 통해 모든 국민들의 알 권리가 구현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에 대한 정보제공의 원천으로서 보도의 자유가 전제되고, 언론기업에 대한 특별한 헌법적 보호가 필요하게 된다. 또한 언론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기업들과 다른 기준으로 언론기업 간의 합병과 결합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즉, 진입 규제와 소유 규제를 완화하여 언론을 시장의 기능에만 맡겨두면 언론 소유주나 광고주의 사적 이익이 반영되고, 소수가 언론기업을 독점함으로써 언론의 공정성 및 객관성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조소영, 2007). 특히, 국내 신문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는 조선, 중앙, 동아 등 메이저 신문사들의 지배력과 의제설정 기능을 고려한다면, 이들이 보도채널 및 종합편성채널을 운영하게 될 경우, 지면을 통해 이들이 제기하는 의제와 여론이 방송을 통해 전달됨으로써 여론 다양성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사회에서 미디어 분야에 대한 개방과 경쟁, 시장논리의 도입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금지해 온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 이유는 언론의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이로 인한 피해 또한 막강하기 때문이다. 방송을 포함한 언론은 사회·문화적 여론을 지배하기 때문에 특정 자본이나 사람이 이를 지배할 경우, 저널리즘의 원칙과 기본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들의 의사소통을 마비시키는 대재앙으로 확장될 것이다.
김동준(공공미디어연구실장)
참고문헌
김승수(2006), “신문방송 겸영, 득보다 실이 커”, <미디어 오늘> 9월 14일
대선미디어연대(2007), 『제 17대 대통령선거 미디어 개혁과제』
박천일(2007), 이명박후보 미디어자문위원, 대선미디어정책토론회, 기자협회, 11. 21
방송위원회(2007), 『2007년 방송산업실태조사』
이용성(2008), “신문방송 겸영 규제 완화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민언련 정책포럼> 1. 13.
이찬구(2003). 디지털 시대의 상호겸영 규제, 『정보통신정책』, 제 15권 6호 통권 321호.
조소영(2007). 우리나라 미디어 소유관련 법제에 관한 분석, 『세계의 언론법제』, 통권 제 21호, 한국언론재단.
동아일보 인터넷 판, 2008.01.08 02:52, “유통원-언론재단 등 통폐합 ‘신문재단’ 신설 추진”
* 본 글은 한국언론재단에서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2008년 4월호에 필자가 게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