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현 졍부는 포털뿐 아니라 UCC 사이트까지 규제/통제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규제/통제를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사이트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볼 때, 포털에 한정하는 논제 설정은 그 자체가 잘못이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포털,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UCC와 게임을 포함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운영자, (미국으로 치면) 쌍방향 컴퓨터 서비스 제공자 등)의 사회적 책임으로 설정하는 게 타당하다.
이들 사업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부과에서 가장 크게 감안해야 할 점은, 정보의 발행자(publisher)나 발언자(speaker)로 이들을 규정할 수 있느냐다. 그렇게 규정할 수 없거니와, 설사 그렇게 규정한다 해도 인터넷의 본질적 특성에 비춰볼 때 이들에게 지나친 규제를 삼가야 게시물 삭제나 상시적 모니터링 의무 부과 등 지나친 규제를 삼가는 게 타당하다.
미국의 경우,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은 이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를 '중립적 전달자'(neutral carrier)로 자리매김 하고,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빼곤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곧, '쌍방향 컴퓨터 서비스(interactive computer service)의 제공자나 그 이용자는 제3의 정보 콘텐츠 제공자가 생산한 정보의 발행자나 발언자로 취급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책임을 지는 경우는, 이들 사업자가 문제가 되는 콘텐츠의 생산이나 발전 과정에 직접 개입돼 있거나, 자신의 정보통신망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잘못, 이를테면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위반 등에 대해 명확한 통지를 받은 뒤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을 때 등 매우 제한적이다.
국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 촉진적인 매체"라고 규정하며,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2002. 6. 27. 99헌마480)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전 방위적인 인터넷 통제에 나서고 있는 현 정부는 쌍방향 컴퓨터 서비스 제공자(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중립적 전달자 지위를 전면 박탈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터넷 전체를 '불온한 시/공간'으로 간주하는 사고가 깔려 있다.
이미,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광범위한 사적 검열 의무를 지우고 있다(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범주에는 포털뿐 아니라 ISP,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자 등이 모두 포괄된다). 제44조 제2항은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유통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같은법의 다른 조항들과 결부되면 일상적인 감시와 모니터링을 강제하는 내용으로 기능한다. 제44조의2 제6항은 누군가 게시물 삭제를 요청만 하면(삭제의 필요성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없이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일단 삭제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배상 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고 이 조항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의 정보통신망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업무방해 등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네티즌의 의사소통 행위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관리하는 강력한 유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한 '사적 검열'에 해당한다.
이 지점이 핵심이다. 국내 정보통신망법은 포털만이 아니라 모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중립적 전달자 지위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포털이 언론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설사 포털이 자체적으로 언론 기능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언론 기능을 포기했다고, 포털이 자의적인 게시물 삭제를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게시물에 대한 감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중립적 전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상황이 이럼에도, 현 정부는 이런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법유해정보 신고센터' 운영을 강제하겠다고 하고 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법정보 관리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충실히 사적 검열을 수행하는지를 수시로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포털은 분명히 문제다. 언론 기능을 수행하면서, 중립적 전달자 지위를 내세우는 윤리의 '이중성'까지 보인다. 하지만 더욱 큰 '몸통'은 정보통신망법이다. 이것이 바로잡혀야 포털의 문제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의 한 축은 정보통신서비스에게 중립적 전달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고, 다른 한 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게시물 삭제 등에 사법적 판단을 의무화시키는 것이다.
2008년 8월11일 조준상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