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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그럼, 법정 스님은 극좌(ultra-left)겠네요?"
이 름 관리자 등록일 2010-03-24 14:35:01 조회수 1953
"그럼, 법정 스님은 극좌(ultra-left)겠네요?"  
[징검다리]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씨에게

2010년 03월 23일 미디어스 기고/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하도 기가 막힌 일을 겪었을 때 어머니가 이러시곤 했다. "콧구멍이 두 개 있어 숨을 쉰다"고 말이다. 정말 숨 쉬기 곤란하게 하는 현 정권의 엽기 행각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방송도 장악했겠다, 마구 떠벌리고 내뱉어도 따끔하게 지적하는 언론은 한 줌도 안 될 것이라는 계산 아래 거칠 게 없는 듯하다. 산소 호흡기라도 껴야 할 판이다.

콧구멍이 두 개라는 사실에 감사하도록 만드는 이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씨다. 그는 지난 3월16일 "10년간의 좌파정권 기간 동안의 편향된 교육으로 아동 성폭력 범죄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청와대 홍보수석 이동관씨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낸 것을 두고 "현 정권의 국정철학이 구현된 결과"라고 떠벌렸던 것과 거의 쌍벽을 이룬다.

이쯤 되면 좋은 건 다 현 정권 국정철학 구현의 산물이고, 나쁜 건 죄다 좌파정권 탓이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축산업자가 키우는 돼지가 새끼 20마리를 낳는 높은 생산력을 보였을 때도 국정철학 구현 결과라는 식의 '창조적 해석'을 조만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방송사 사장이라는 사람이 '큰집'으로 불려가 '쪼인트' 까이는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 판이니 '어디까지 갈지' 도무지 헤아리기 쉽지 않다.

   
 ▲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씨는 방송 장악으론 성이 안 찼던지 종교 장악에도 나선 모양이다. 현 정권, 특히 한나라당 친이 계열의 텃밭이어야 할 서울 강남에서 현 정권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스님을 '좌파'로 몰아 쫓아내려는 '공작'까지 서슴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서울 강남 봉은사 명진 스님의 폭로로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한 이 사태에 대해 '한나라당의 봉은사 습격사건'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이 사건의 뼈대를 추리면, 지난해 11월13일 신임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안씨는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놔둬서 되겠느냐?"라는 으름장을 놨고, 이후 서울 강남 봉은사는 조계종의 직영사찰이 됐다는 것이다. 그때 자리를 주선했던 김영국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이 어제 연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안상수 원내대표는 명진 스님에게 '좌파 스님', '운동권 스님'이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한다. "농담으로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김 위원의 말에 비춰보면, 웃으며 건넨 게 아니라 정색을 하면서 내뱉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봉은사 습격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2009년 11월12일은, KBS 장악을 위해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내쫓으면서 쒸운 배임 혐의에 대해 법원에 무죄 결정을 내린 날이다. 방송 장악의 근거가 뿌리채 뽑혀나간 다음날, 안씨는 종교 장악을 위한 '봉은사 습격사건'을 저지른 셈이다.

콧구멍이 두 개라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는 기가 막힌 사실을 접하게 되면 상상력도 수준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봉은사 습격사건을 처음 접하고 나서 가장 먼저 머리에 스친 것은 '그러면 무소유를 역설하신 법정 스님은 안상수 대표한테는 극좌파 겠네'라는 씁쓸함이었다. '물신주의'와 거리를 두는 것이야말로 좌파로 낙인찍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 자신의 두뇌 운동이 서글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한 번 이렇게 시작한 두뇌 운동은 멈출 줄을 모른다. 급기야, '안 원내대표는 법정 스님을 좌파 스님이라고 할까?'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무소유는 '욕심 부려 가지지 말고 남을 위해 베풀라'는 뜻이지 좌파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법정 스님은 좌파 스님이 아니라고 할까? 글쎄 이분은, 법정 스님은 현 정권에 비판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기에 좌파 스님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그가 그동안 언행을 통해 보여준 좌파의 기준은 '현 정권에 비판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 닮은 구석이 많다. 친일파 단죄를 말하는 이들은 모두 '빨갱이'라는 친일파 세력들의 무자비한 50여년 전 혓바닥 놀림과, 현 정권에 비판적이면 모두 '좌파'라고 하는 안 원내대표의 구강 운동 사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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