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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이근행과 오행운을 정말 죽일 것인가?
이 름 관리자 등록일 2010-06-07 14:56:11 조회수 2439
2010년 06월 06일 (일) 23:08:48  전규찬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  webmaster@mediaus.co.kr  

엠비씨 사태와 관련해 누구보다 많은 칼럼을 썼다. 그러면서 솔직히 핀잔도 많이 들었다. 당신 ‘엠빠’냐고 대 놓고 비아냥대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너무 올 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다른 신경 쓸 일도 많은 데 엠비씨 문제에만 그리 집중하면 되느냐는 지적, 감정적으로 너무 많이 관여되어 있는 것 같으니 조금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좋겠다는 조언 등은 꽤 많이 들었다. 그래서 좀 차분해지려는 사이에 파업은 끝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 이근행 위원장과 오행운 피디에 대한 해고 징계가 내렸다.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이 징계를 받았고, 지역 엠비씨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도 아직 남아 있다.

그래서 또 이렇게 쓰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행운 피디를 잘 모른다. 신세진 것이 전혀 없다. 왔다 갔다 하며 봤을지는 모르지만, 인사 나눈 기억이 없다. 그래서 솔직히 남이다. 이근행의 확실한 동무였고 어쩌면 나와 뜻이 비슷했던 동지라는 게 굳이 말하자면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그는 총파업 기간에 김재철 사장 비난의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글에서 그는 김우룡 전 이사장은 고소·고발하지 않고 대신에 노조원을 고소한 김 사장의 행보를 두고 ‘후레자식’ ‘호로자식’ 등의 강한 표현을 썼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이번에 ‘회사 질서 문란’ 죄로 해고라는 초중징계를 받은 것이란다.

정확한 내용, 글의 문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후레자식’이라는 말은 좀 심했다. 읽는 사람, 특히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분명 기분이 많이 상하거나 심히 모욕적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욕을 봤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보고 누가 그런 말을 썼어도 심히 불쾌했을 게 틀림없다. 그렇지만 솔직히 따져보자. 우리가 누구와 싸울 때 쓰는 온갖 욕설을 한번 떠올려 보자. 이 보다 훨씬 더 심한 모욕적 언사를 다들 많이 쓰지 않았던가? X할 놈(곧 성행위를 할 사람), X새끼(수컷 강아지), 망할 X(곧 낭패를 겪게 될 여자) 등등은 약과다. 별 요상한 말들이 나오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새롭게 만들어낸다. 그게 싸움이고 욕이다.

그에 비하자면, 오 피디는? ‘후레자식’이라는 말을 <네이버>로 검색해 보자. 앞 “<명사>, 배운 데 없이 제풀로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아래에서 막되게 자라 버릇이 없는 사람을 뜻하며, 영어로 ‘bastard’라고 옮겨진다. ‘홀의 자식’이 변한 이 말을 잘못 쓴 게 ‘호로자식’이다. 요컨대 오 피디는 비속어를 쓰고 또 우리가 흔히 그러듯 잘못 쓴 것이다. 가정교육의 문제를 암시하는, 사람을 한참 낮추어 보는듯한 말을 쓴 셈이다.

그렇다고 오 피디에게 ‘회사 질서 문란’의 죄를 씌울 수 있는가? 그래서 해고라는 최악의 징계, 사람을 직장에서 내쫓고 업을 빼앗는 징벌을 내리면 되는 것인가? 김재철 사장의 입장에서는 욕을 봤다고 느낄 수 있고, 분명히 자신이 윗사람인 데 낮잡아 보이는 것 같아 심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많은 노조원들 중에 유독 ‘후레자식’ ‘호로자식’이라는 표현을 쓴 피디만 골라 회사 질서 문란 죄를 씌우고 해고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적인 감정이 실린 것 아닌가? 그래서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결정이 아닌가? 도덕적으로, 상식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법리적으로 무리한 조치이지 않을까?

나는 김재철 사장이 오 피디에 대한 해고 조치를 서둘러 취소하는 게 도덕적으로 옳고, 상식적으로 맞으며, 법적으로 타당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괘씸죄로서는 너무 심한, 그래서 비상식적인 징계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2005년 <세계일보>는 자기 회사에 속한 남창룡 기자를 해고 조치했다. 자사 간부의 서울 용산 시티파크의 특혜분양 문제를 포함해서 회사경영에 관한 여러 의혹을 남기자가 제기하자, 회사 상벌규정 22조(파면·정직) 3항 '정당한 이유 없이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항거 또는 불복하여 사내질서를 문란케 한 자' 등을 적용해 그를 해고한 것이다. 내용과 정황은 좀 다르지만, 그래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 내용과 근거는 충분히 경청할만하다.  

서울지노위는 같은 해 11월 24일 이를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남 기자를 원직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지노위는 "신청인이 사내 전자게시판에 게시한 글의 내용과 인사위원회에서 사용한 용어가 매우 자극적이고 지나치게 풍자적이어서 이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한 사실도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신청인이 입사이후 징계전력이 없고 기자로서의 양심에 따라 사실규명을 위해 글을 게시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징계파면이라는 가장 무거운 처분을 한 것은 그 사유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으로 보여 진다"고 판단했다.

어떠한가? 재미있지 않은가? 자극적인 언어,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사내 질서 문란을 이유로 징계하는 것까지는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기자 양심에 따라 사실 규명을 위해 글 쓴 거라면, 파면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는 말 아닌가? 이번 사건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사장을 고소·고발하겠다고 공언했으면서도 계속해서 주저하는 사장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사내 게시판에 쓴 글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행운 피디에게 해임파면이라는 가장 무거운 처분을 내리는 것은 누가 봐도 과하지 않을까?

파업이라는 특수한 상황, 적대적 대치의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판단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 아무리 감정적으로야 밉고 그래서 샘플로 손보고 싶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 안 된다. 대중의 상식과 맞지 않고, 법적으로도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하여 대중의 여론은 무리한 결정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노동의 권리와 같은 문제에 대해 법적인 판단도 여전히 냉정할 것이다. 그러하니 외부의 비난을 피하고 법적 논란의 수고를 아끼기 위해서도 오 피디 해임 조치는 당장 철회하는 게 맞다. 그로 하여금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피디로서 활약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게 맞다. 모두의 이익을 위해 그러하다.

노조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철회하고, 지역에 통보했다는 중징계 요구안도 철수하는 게 맞다. 노조가 파업 중지라는 정치적 판단을 과감하게 내렸듯이,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엠비씨 현 간부진도 수준에 맞는 처신을 해야 한다. 이근행 위원장의 해임조치에 대해서는 짧게만 언급하고 싶다. 김재철 사장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노조가 결과적으로 인정한 사장으로서 현실적 감각을 발휘해야 한다. 이근행을 잘라서 어쩔 것인가? 지자체 선거로 외부 상황이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현 정권조차 더 이상의 논란을 원치 않는 게 명백한 상태에서, 괜히 혼자 강공으로 나서는 것 아닌가?

선거 전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모르지만, 선거 후 과연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해고라는 채찍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쪼인트’라는 오명이 따라다니는 사장으로서 해고와 징계의 카드를 고집하는 것은 전혀 옳은 선택이 아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쪼인트’의 신세를 입증하고 ‘쪼인트’의 악몽을 상기시킬 따름이다. 이근행을 오행운과 함께 현업의 피디로서, 엠비씨 보존의 선수로서 살게 하라. 구성원들을 손보는 것 대신에 엠비씨를 살리는 일에 우선 열중하라. 사장의 자격은 구성원 손보기로 얻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 엠비씨를 죽이고 자신마저 죽는 황당 수는 제발 포기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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