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언론의 역할
2010년 12월 02일 (목) 09:34:10 김동준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mediaus@mediaus.co.kr
오늘(2일)로 연평도 포격이 있은 지 10일이 됐다. 여전히 그 충격은 가시지 않았고, 아직도 연평도에는 긴장이 고조돼 있으며, 연평도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며,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를 풀어나가는 한국사회도 온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난 10일간 한국 언론, 특히 방송보도는 간단히 말해 격앙, 흥분, 호전적 보도로 도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경론 일색으로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닌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11월 23일 첫 보도를 시작으로 각 방송사들은 특보를 구성해 많게는 하루 70건에서 30건을 본 사건에 배치하며 집중보도했다. 그러나 발발 초기 사건의 참상과 피해상황을 보도한 것 외에 얼마나 정확한 관점을 방송뉴스가 보여주고 있는가는 회의적이다. 논조는 격앙되었고, 반복되는 포격영상과 그래픽이 난무할 뿐 사태의 재발방지나 북한의 의도에 관한 분석은 부족했다. 그리고는 감정적 대응으로 이어졌다. 전면전을 각오하자는 의견을 전하기도 하는 등 강격대응을 주문하는 인터뷰가 다수 배치된 반면, 이성적인 대응을 주문하거나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언급한 내용은 미미했다.
그러다가 11월 26일 북한이 자체 연습한 것으로 알려진 포성이 울리자 당장 북한이 군사적 움직임이라도 전개할 것만 같은 상황으로 전달했다. 연평도 주변의 움직임에 언론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그 예민함은 '확전 경계'나·사태의 '평화적 수습'을 향해 뻗어 있어야 하지, 북한의 모습을 과장하기 위한 것이어선 곤란함에도 말이다.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서 부터는 한국과 미국의 전력을 집중 부각시키며, 강력한 전투력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방송 뉴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정세현·정동영·이재정 등 4명이 29일 모임을 갖고 “연평도 피격사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날 방송 3사는 한 곳도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집회도 북한 규탄집회는 연일 보도되지만, 평화해결을 집회는 방송 뉴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지난 10일 간 방송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곧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긴장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이 북한의 도발에 분노하고 있지만, 그들은 또한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방송보도에 다음과 같은 당부를 하고 싶다.
첫째, 평화적 해결의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태 발발도 이제 10일이 지나가는 만큼, 북한의 도발이 행위적으로 어떤 목적과 원인을 갖는지에 대해 차분한 접근을 당부한다. 지금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고, 북한의 행위를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여 위험을 강조하는 것은 아주 쉬운 선택이지만 경계해야 할 태도다. 우리는 막대하고 심각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보복이나 확전이 아닌 외교적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하고,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상기해야 한다. 정부의 강경책이나 보수단체의 강격주문을 별 다른 문제의식 없이 계속 따라가는 것은, 지금 방송 뉴스가 어떤 관점 어디로의 지향을 갖고 있는 것인지 큰 그림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연평도 주민에 대한 집중적 관심을 바란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 생계를 잃은 연평도 주민들은 아직도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가고 있지 못하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조속한 조치를 약속하고 있지만, 실제 연평도 주민들의 보상과 지원은 아직도 요원해 보이기만 한다. 하루 빨리 이들이 안정적 생활을 되찾고 정착할 수 있도록 언론이 나서서 요구하고 배려해야 한다.
셋째,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해야 한다. 현 정부가 들어오면서 대북정책의 기조가 변화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적어도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관리가 가능할 수 있었고 소통도 가능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그 가능성이 현재로선 매우 희박하다. 그래서 더욱 불안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 때문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까? 따라서 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언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사태에 대한 수습과 평화적 해결 및 재발방지를 위해 모두가 다방면의 노력을 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