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을 해부하다 ①]
2011년 03월 31일(목)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2010년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를 선정했다. 그 결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조선일보>의 ‘CSTV’, <중앙일보>의 ‘jTBC’, <동아일보>의 ‘채널A’, <매일경제>의 ‘MBS’ 등 4개사가 최종 선정됐고, 보도채널의 사업권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 돌아갔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 등 신규채널의 등장을 반대했던 야당과 진보적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그 선정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은 2011년 새해부터 향후 몇 년간은 미디어 업계를 관통하는 핵심 논란의 대상이며, 찬반 및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종합편성채널이 무엇이 길래 한국 사회에서 핵심논란의 대상이 된 것일까?
종합편성채널이란 무엇인가?
종합편성이라 함은 전체적으로 한 방송사가 보도, 교양, 오락물 등 여러 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을 골고루 편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방송법에서도 종합편성을 “보도, 교양, 오락 등 다양한 방송분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편성을 통해 방송을 수행하는 채널을 종합편성채널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채널이라는 표현 보다는 PP(Program Provider)라는 표현이 더욱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채널이라 함은 방송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자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 아닌 모호한 표현이며, 일반적으로 각 방송 플랫폼 내에서 방송이 수행되는 공간에 대한 기호적 개념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종합편성채널 도입과 관련된 논란도 결국은 종합편성을 제공하는 PP가 승인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에 종합편성을 제공하는 PP를 승인한 것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종합편성PP와 관련한 논의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됐다. 인수위가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에 관한 검토를 하면서 관련 논의가 등장했다.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은 문화관광부 업무보고와 관련,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허용범위를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TV의 보도PP와 종합편성PP 정도로 거론한 바 있다.
이후, 방통위는 IPTV법(인터넷멀티미디어사업법)을 제정하면서 언론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합편성과 보도전문PP를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집단 기준을 상호출자제한제 기준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급등시켰다. 이는 방송법 시행령에 그대로 반영되었고,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개정안을 강행통과시켜 신문과 대기업이 종합편성PP를 소유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
종합편성채널이 도입되지 않았던 이유
케이블에서 ‘종합편성’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 1월 통합방송법 재정 때이다. 그 이전까지 케이블을 규율하던 종합유선방송법에는 종합편성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프로그램공급업(지금의 방송채널사용사업)’ 및 이를 행하는 프로그램공급자(지금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 PP)라는 개념만 존재했고, 이 중에서 보도 프로그램공급업(자)만을 따로 규정해 소유나 겸영 등에서 다른 프로그램공급업과 차별화한 소유나 겸영규제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달리 말해, 통합방송법 제정 이전까지 케이블 방송은 보도를 포함해 전문편성을 행하는 프로그램공급업만을 취급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즉, 케이블 방송은 전문편성 방송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종합유선방송법과 지상파 방송을 규율하던 방송법이 통합해 지금의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케이블은 전문편성만이 아니라 종합편성 방송을 할 수 있는 매체로 거듭나게 되었다. 통합방송법은 케이블의 프로그램공급업(자)을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명칭을 바꾸면서, ‘전문편성’과 ‘종합편성’을 각각 정의했다. 종합편성 사업자를 기존의 지상파뿐만 아니라 케이블에게까지 넓혀 준 것이다. 이는 전문편성을 지향하는 케이블 정책에서 일대 전환이 이루어진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종합편성PP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만 설립할 수 있는 채널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그동안 승인신청 사례가 없었다.
한편, 통합방송법은 케이블에 종합편성 방송의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이와 긴밀히 맞물린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유료방송과 무료방송의 경계 획정’이 그것이다. 이는 통합방송법에 유료방송(시청자와의 계약에 의하여 수개의 채널단위․채널별 또는 방송 프로그램 별로 대가를 받고 제공하는 방송)에 대한 정의가 처음 등장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이는 이전까지 지상파 방송에게만 허용되던 종합편성 방송을 케이블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무료방송과 유료방송의 경계 획정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통합방송법 발효 이후, 최근 10여년 동안 케이블에 종합편성PP가 허용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무료방송과 유료방송의 시장이 명확히 획정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케이블(나아가 유료방송)에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는 것은 규제 공백이나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숨은 의미는 방송뉴스를 통한 여론 장악
기존에 종합편성을 수행하고 있던 국내 방송은 KBS1과 2, MBC, SBS 등 서울지역에서 전파를 사용하여 방송하는 지상파 방송과 지역MBC, OBS, 광주방송, 청주방송 등 지역 민영 지상파 방송들이다. EBS는 교육방송으로 종합뉴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종합편성이 아니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별도의 시청비용을 지불하는 유료방송은 뉴스를 편성하지 않아왔다. 다큐멘터리나 토론 프로그램, 음악 프로그램 등 시사교양과 예능 프로그램은 이들 유료방송에서 볼 수 있지만, 뉴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종합편성PP가 아니다. 즉 기존의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을 보면, 뉴스를 제외한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종합편성채널의 핵심은 뉴스 등 보도기능을 수행하느냐의 여부이다.
이러한 기존의 상황은 방통위의 종합편성PP 등 신규 사업자 선정으로 변화하게 됐다. 즉, 종합편성PP 사업자로 선정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이 설립하는 방송들은 기존에 케이블TV와 위성 방송 등 유료방송에서 방영됐던 시사교양,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그동안 할 수 없었던 뉴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하나 같이 친기업적이며, 반노동적인, 보수적 성향의 신문사들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됐고, 이들은 방송뉴스를 하게 됐다. 그렇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일례로 그들이 보여 주었던 신문기사를 통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친 기업적 보도와 노동자에 대한 왜곡과 과장, 외면은 그대로 방송뉴스를 통해 전달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용산참사, 쌍용차 파업 등에서 이들 신문이 보여 왔던 보도태도가 방송뉴스에도 등장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비단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사안에 대한 그들의 보수적, 친정부적 논조를 그대로 방송뉴스에 투영하여 그들만의 의제와 주장을 확산시켜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할 것이 자명하다.
물론 한겨레, 경향 등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신문사들이 종합편성채널을 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종합편성PP를 1년 운영하기 위해서는 3천억 정도가 들어간다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예상이다. 한국사회 현실 상,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과 조선, 중앙, 동아 등 거대신문 밖에 없다. 그래서 진보적 성향의 신문사들은 엄두를 내지도 못했던 것이며, 이러한 결과를 우려해 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야당 등이 반대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위한 방송법을 날치기 통과시켜 강행했다. 이로 인해 여론 다양성은 위기에 처했으며, 오히려 여론 획일화가 우려되고 있다. 결국 정부 여당의 종편 도입의 숨은 의도는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언론사에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큰 방송뉴스를 주어 여론장악을 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