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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공영방송의 민영화 담론, 무엇이 문제인가
이 름 관리자 등록일 2008-09-11 15:00:56 조회수 3288
첨 부
현재 우리나라 지상파방송은 KBS1․2TV, EBS, MBC로 대표되는 공영방송과 SBS로 대표되는 상업방송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그러나 KBS 2TV, EBS, MBC는 재원의 상당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방송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갖고 있는 EBS를 제외한 이들 지상파방송은 정체성이 모호하고, 방송프로그램에서 시청률을 의식하여 지나치게 선정성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더욱이 다채널 유료방송매체의 등장에 따라 방송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는 지상파방송이 더욱 시청률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지상파방송의 구조를 1공영 다민영으로 재편하여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상파방송 구조를 1공영 다민영 구조로 개편하는 것은 힘겹게 지켜오던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을 포기하겠다는 주장과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시장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지상파방송이 공익적 방송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방송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2TV, MBC 등을 민영화하자는 주장은 결국 지상파방송에서 상업적 방송프로그램을 더욱 범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물론 민영화된 공영방송으로 하여금 공익적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라는 틀 속에서 공익적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과 상업방송이라는 틀 속에서 공익적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상업방송의 틀 속에서 공익적 방송프로그램은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업방송 내에서 공익적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위축과 연성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이슈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의제의 경우 상업방송은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 파장이나 경영상 어려움을 예상하여 이를 배제시킬 가능성도 있다. 또한 상업방송은 자본권력으로부터 취약하다.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방송광고를 구매하는 광고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상업방송의 틀 속에서 양질의 공익적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다공영 구조 내에서 KBS2TV와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접근성측면에서 모든 사람들이 시청할 수 있고 소구의 보편성 측면에서 모든 사람들의 이해와 기호에 소구하고 소수자 보호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며, 질적인 측면에서 민영방송과 차별화된 내용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비록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재원구조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위상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지름길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공영방송은 ‘공기’와 같은 존재

 일반적으로 공영방송은 프로그램의 질, 다양성, 문화적 정체성, 상업적 영향력으로부터의 독립, 시민 커뮤니케이션의 충실성, 어린이와 청소년이 복지, 규준의 유지 등과 같은 측면에서 그 존재 의의를 찾고 있다. 상업방송과 비교하여 공영방송 모델이 갖고 있는 장점은, 첫째 공적 주체가 소유하므로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보도이다. 공영방송은 뉴스를 통해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여론을 형성하는데 일조한다. 방송은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사실에 입각하여 다양한 입장을 균형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며 공영방송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더욱 강하게 요청된다. 그러므로 공영방송은 조직구성에 있어서도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한편으로 프로그램 내용상에 있어서도 다양성, 공정성 그리고 품위 있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
 또한 법적으로도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은 보장되어 있다. 방송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향상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방송법은 방송편성 및 제작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사업자는 취재 및 제작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편성규약을 제정하도록 하였다. 편성규약은 방송사 내부의 편집과정에서 전문적 활동에 종사하는 저널리스트들에게 매스미디어의 표현활동을 널리 보장하는 내적 방송의 자유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공영방송은 정치적 독립성과 더불어 경제적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수신료에 의존하여 운영된다. 때문에 광고주 등과 같이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경제주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다만 수신료를 지불하는 주체인 시청자에 대해서는 봉사를 해야 하며 이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수신료라는 안정적 재정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재정의 상당 부분 또는 거의 전부를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계를 갖고 있다. 나아가 광고수입 중심의 재원구조는 공영방송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불러일으켜 왔다.

 셋째,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민영방송과 다른 시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민영방송이 다루지 않는 소위 ‘질 높은’ 프로그램을 편성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장르의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 물론 원리주의적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으로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이 대중성을 잃게 될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줌으로써 시청자가 다양한 정보와 지식 즉 종합적인 인식능력을 갖도록 함으로써 문화적 다원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통합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공영방송이 중요한 이유는 사적 영역이 강화되고 공동체 의식이 퇴조하는 시대에 같은 경험을 나누며, 자신의 삶에 중요한 문제들이 자유스럽게 토론하는 장, 즉 하버마스의 개념으로 ‘공공영역’으로 활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버마스의 공공영역 개념은 주로 신문의 민주적 가능성을 상정하며 고안되었는데(Habermas, 1987, 재인용),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적용은 신문이 아니라 방송에서 이루어졌다. 아울러 민영미디어가 자본은 물론 국가권력에도 취약하다는 사실은 여러 사례로 입증되고 있는 바다(강형철, 2004). 또한 저렴한 보편 상품인 지상파 방송, 공영방송을 통한 공동시청은 사회적 유대 기반을 강화하고 사회통합 기능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방통융합시대는 디지털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가운데, 더욱 심해지고 있는 정보 격차의 상황 하에서 정보 소외 계층이 자신의 삶과 기호에 관련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값싼 기회를 제공한다. 보편적인 정보제공과 교육을 통해 정치・경제적 약자들에게 동기부여와 유용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이러한 격차를 완화・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강형철, 2005).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 KBS2TV와 MBC에 대한 민영화 주장은 보수 세력과 자본을 중심으로 정권교체시기 마다 매번 등장한다. 지난 2002년에 이어 2007년 전경련의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었고,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한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PD수첩>이 방영된 후, 한나라당은 노골적으로 MBC에 대한 민영화를 제기한 바 있다.

공방송 민영화론에 대한 반박

1. 선진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공영방송 수는 과도하게 많기 때문에 방송 구조를 1공영 다민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 민영화론자들의 주장에 입각한 지극히 자의적인 주장이다.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의 사례를 들며 해외 선진국의 경우 1공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정치, 경제, 언론의 역학관계와 사회발전의 단계가 상이한 상황에서 형식 논리로서 공영방송의 개수조정을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이들 세 국가의 경우 PSB, BBC, NHK라는 1공영 다민영의 방송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들 국가와 한국의 방송환경과 공영방송의 운영 방식은 차이가 있다. 즉,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이 1공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한국도 1공영 체제를 추구해야다는 논리는 각국의 사회적 환경이나 방송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지한 주장일 뿐만 아니라, 단순히 공영방송의 개수만을 놓고 비교한 유아적인 발상이다. 게다가 다음의 <표1>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복수의 공영방송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도 상당수가 존재한다.

<표 1> 해외 공영방송(첨부파일 참조)

 결국,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며, 우리나라의 공영방송 수가 많아 민영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해외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일반적으로 참고자료 수준에서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 만연한 사대주의근성으로 ‘선진국’ 운운하며 아전인수격 논리만 발췌해 온 것이 지금까지 그들의 잘못된 관행이다. 또한 ‘과도하게 많기 때문’이라는 근거조차 소위 ‘선진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설득력을 잃는다. 미국, 영국,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하면 도대체 ‘과도하다’는 표현이 적절한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1개의 공영 방송사면 적당하고, 2-3개의 공영 방송사면 과도하다는 논리는 부적절하다.  

2. 정치적으로 공영방송의 영향력이 막강해 축소해야 한다?
 => 공영방송의 존재는 사영언론이자 특정정치세력에 노골적인 편파성을 보이는 언론을 견제․감시한다.

 정치적으로 공영방송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 마디로 궤변이다. 현재 조선과 중앙, 동아가 여론의 형성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의제설정과정에서도 뉴스프레임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선․중앙․동아가 침묵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종이 신문은 이들을 따라간다. 한국의 신문시장 시장점유율로 보면 조선, 중앙, 동아의 합이 70%수준이지만 뉴스프레임 형성과 논조 주도력으로 보면 거의 95%이상을 상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언론들은 의제설정과정에서 조선․중앙․동아의 뉴스프레임에 갇히기 일쑤며, 독자적인 의제설정 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존재함으로써 현재 신문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가 최소한의 저널리즘 흉내를 낼 수 있도록 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2007년 최근 발생한 삼성비자금 보도만 보더라도 조선․중앙․동아의 일방적인 침묵 속에서 그나마 공영방송 KBS와 MBC 뉴스가 존재함으로써, 있었던 사건이 없었던 사건으로 전락하지 않고, 삼성비자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KBS와 MBC의 지속적인 보도로 인해 더 이상 조중동과 그 아류신문들이 침묵으로 버티지 못하고, 삼성비자금문제를 간헐적으로 보도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산 소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진단한 MBC <PD수첩>의 사례도 정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박을 제시하였는데, 과연 민영화된 MBC라면 이것이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에는 매우 회의적이다.

3. 민영화를 통해 경영합리화를 이룰 수 있다?
=> 민영화를 통한 경영합리화는 이윤창출 추구와 대중에 대한 서비스 질의 하락을 초래한다.

 민영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님은 이미 21C에 들어서 수많은 증거가 도출된 상황이다. 수도, 전기 등 필수 공공재의 민영화가 영국이나 미국에서 서민들에게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한 사실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경영합리화’가 지금은 비록 한국 사회에서 IMF이후 ‘절대선’인양 포장되어 있지만, 경영합리화가 세대 간의 갈등 청년실업 양극화 고착화과정에서 얼마나 치명적인 슬로건인지를 이제는 말해야 한다.  그리고 민영화와 경영합리화라는 미신 속에 들어 있는 숨은 그림을 우리는 찾아내야 한다. 즉 공기업을 민영화시켜 그 과실을 누가 가져가는가를 질문함으로써 숨은 그림의 정체를 벗겨야 한다. 대표적인 공기업인 KT를 민영화시켜 한국사회는 뭘 얻었는가? 당시의 전화요금 인상과 더불어 보수 세력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익, 즉 KT 수익의 거의 50%를 외국에게 유출시키고 있다. KT가 6만 여명의 사원에서 3만 여명의 사원으로 축소하면서 무려 3만개의 일자리를 한국 사회는 상실했다. 그 3만 여명은 누구의 아버지며 누구의 어머니며 누구의 형이며 누구의 누이인가? 이런 결과를 초래하자 매일같이 여론을 선동하는 것이 민영화요 경영합리화다. 공기업의 비효율성이 과도하다면 내부개혁을 외부에게 압박하는 것이 정당한 행위인지, 아니면 쪽박마저 깨 버리는 것이 정당한 행위인지를 이제 우리는 분간할 수 있어야 한다.

4. 민영화를 통해 다양한 공급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수용자 복지가 증진될 수 있다? => 민영화로 인해 프로그램 다양성 확보보다 훼손의 여지가 더욱 크다.

 상식적으로 공영방송의 민영화와 프로그램 다양성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성은 제작주체와 공급원의 다양성을 통해 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KBS2TV와 MBC가 민영화된다고 해서 제작주체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며, 방송사의 성격만 변화된다고 할 수 있음으로 민영화가 다양성을 담보한다는 논리는 근거가 없다. 오히려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이윤창출’이라는 민영기업의 태생적인 목적으로 인해 시청률 경쟁에 매몰되어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훼손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는 한국의 방송정책에서 실패한 사례로 언급되는 외주정책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민영방송과 외주제작사는 시청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그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1991년 시행된 외주제작의무편성 비율 중심의 외주정책은 그 목적이 다양한 공급 주체를 통한 프로그램의 다양성 확보였다. 종래의 자체제작 위주의 프로그램편성에서 점차 외주제작사 프로그램의 비중이 커지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용이하게 제작에 접근할 수 있고, 활동이 간편하고 융통성이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 생산에 유리하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독립 프로덕션을 육성하기 위하여 외주프로그램 할당 계획의 구체화 및 비율 증대가 필수적인 요소라고 인식되었다(방송위원회, 1992). 그러나 외주비율이 증가하면서 외주제작사의 증가라는 양적인 측면의 다양성이 달성되었을지는 모르나,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증가되지는 않았다. 바로 시청률 때문이다. 당장의 시청률 경쟁에서 뒤 처지는 외주제작사는 후속 프로그램의 수주에서 제외되고, 이러한 현상은 외주제작사가 증가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기 때문에 신선한 기획이나 실험적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보다는 ‘모범 답안’으로 시청률을 보장받으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을 모방하여 제작되는 경우가 빈번했고,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과도 별 차별성을 느낄 수 없는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이는 다양성 확보라는 취지와는 전혀 무관하거나 오히려 역행하는 사례가 되었다. 방송영상제작 시장에서의 경쟁은 새로운 소재의 프로그램 개발과 같은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영세한 제작 및 유통주체로 하여금 대중취향에 부합하는 상업적 프로그램을 양산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의 논리를 중요시 하는 민영화 논리는 다양성 확보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오히려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불륜과 3각 관계’라는 시청률 문법만 강화됨으로 인해 드라마는 더욱 더 획일화되고, 시사교양프로그램은 연성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통해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논리는 모순이다.

5. 공공부문을 축소시키는 것이 시대적 분위기다.
=> 공공부문의 축소는 신자유주의와 국제금융자본에 굴복한 것에 다름 아니다.

 과거부터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IMF위기를 이유로, 민영화·유연화 등을 전면화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다. 특히 공공부문 구조조정 정책의 핵심인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이런 구조조정의 본질이 무엇이었던가를 확인시킨다. 우선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국제자본과 재벌의 압도적인 영향력 하에서 입안된 정책이며, 해외금융자본의 요구에 따라 한국경제를 재편하는 정책이었다. 이러한 민영화 정책이 정부의 자율적인 선택이었는지 역시 의심스럽다. 국민의 정부는 집권초기 IMF 등과의 공공부문 민영화 관련 협상에서 민영화 대상 사업을 제한하고 일정을 2003년 이후로 미루며, 포항제철, 담배인삼공사 등의 외국인 지분을 제한하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그러나 미국 측의 강압적인 압력에 굴복해 민영화 일정이나 범위를 수용한 바 있다.
 민영화 정책의 결과 역시 외국자본의 국내 시장 지배력 확대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민영화를 완료한 포항제철은 외국인이 전체 주식의 60% 내외를 지배하는 사실상 외국자본 지배기업이 되었으며, 한국전력공사, 한국전기통신공사 등의 정부 지분을 인수한 자본 역시 해외금융자본이고, 현재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분할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는 주체도 사실상 해외자본이다.
 게다가 이들 산업이 대부분 국민들의 일상생활, 산업의 기초와 직결된 필수 공공서비스산업,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은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 공공부문 민영화가 매각대금 등의 수익으로 일시적으로 정부 재정에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일회성에 그칠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공공부문이 담당하는 서비스가 자본, 특히 해외자본 또는 재벌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해서, 필수공공서비스 질 저하나 서비스 요금 인상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고, 저소득층의 부담 비율 증가 등 사회적 형평성의 파괴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적 역시 계속되고 있다. 공공부문 축소론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듭 "세계시장의 추세가 민영화"라고 강변하지만, 프랑스를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자국 내 산업기반보호정책, '필수서비스 제공 정부 책임 유지'를 국가정책으로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화하기 어렵다. 또한 주식시장의 냉각 등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국부의 헐값매각 의혹을 지울 수 없고,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의 여론 역시 외면되고 있다.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KBS2TV와 MBC가 민영화 된다면 누가 가져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가를 고려한다면 그 답은 쉽게 도출된다. 언론계에서 그 중 가장 근접해 있는 집단이 바로 ‘중앙일보와 삼성 컨소시움’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미디어그룹으로 확장하려는 조선일보와 재벌, 동아일보와 재벌 컨소시움을 상정할 수 있다. 여기에 각각 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과 손잡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렇다면, KT처럼 외국의 거대 미디어자본에게 우리의 지상파를 내줌으로써 국내영상제작환경을 황폐화시키고 특히 미국의 영상물을 일방적으로 수입하는 구조를 고착화하여 우리의 문화를 상실하게 만들 것이다. 더불어 지상파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그나마 번 돈이 외국으로 대거 빠져 나가게 된다. 또한 나머지 떡고물은 국내 재벌의 손아귀로 전락할 것이고, 그들의 국내 사업을 영위해 가는 데 유리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여론조작용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함을 넘어 아예 자사의 매체를 이용해서 일방적인 지지와 옹호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신문의 한계를 벗어나 신문과 방송을 동시에 이용하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공영방송 민영화, 공공성 훼손의 첫걸음

 결국, 공영방송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이를 제기하는 민영화론자들의 자의적인 해외사례 적용과 시장주의에 입각한 편협한 시각임에 다름 아니다. 이로 인해 한국적 상황에서의 공영방송 민영화는 논거 자체만으로 그 현실적 설득력이 떨어지고, 더 나아가 다공영체제에 대한 정파적 불만이 우세함으로써 합리적인 정책논쟁 자체를 무력시키고 정파적 정치논쟁의 영역 속으로 ‘민영화’ 논의를 끌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작동한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집단은 두 번의 정권창출 실패를 방송 탓으로 돌리고 있다. 특히 몇 가지의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의도적으로 범함으로써, ‘공영방송=반 한나라당/반보수집단정서/친노무현 정부성향’으로 등치시켜왔다. 따라서 집권이 확정된 이후, 공영방송에 대한 민영화 요구는 또 다시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정파적인 문제제기든, 시장경제 활성화 등 이론적인 논거든 공영방송의 민영화론은 어쨌든 방송사유화의 심화로 인한 지상파의 공공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른 가치보다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실장

참고문헌

강형철(2004), “새로운 화두는 투명화와 공개”, <신문과 방송> 1월, 한국언론재단.
______(2005), “디지털시대 지상파방송의 공익성”,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월례포럼.
방송위원회(1992), 『92 방송편성 정책연구위원회 종합보고서』.
오소영(1999), “유럽방송감사원, 통합 유럽 각국의 공영 방송 재원 분석”, <동향과 분석> 95호,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 본글은 공공미디어연구소 기획, 집단지성편저, 'MBC, MB氏를 부탁해'에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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