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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종편 사업전략, ‘지상파 보다’ 혹은 ‘지상파 만큼’
이 름 도형래 등록일 2011-04-15 16:42:58 조회수 4450
[종합편성채널을 해부하다 ②]
2011년 04월 14일 (목) 14:32:42 공공미디어연구소 도형래 연구원  트위터@recoloring   mediareform@naver.com

지난 3월 30일, 조선과 중앙 종편채널은 방통위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승인심사를 미뤘던 동아 종편채널은 4월 7일, 창립총회를 열었고 매경 종편도 같은 날, 주금 납입을 완료하고 최종 확정된 주주명부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그간 방통위의 태도로 볼 때, 동아와 매경 종편 모두 조선, 중앙과 같이 승인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종편사업자들의 개국 준비는 순조로워 보인다. 그러나 속사정은 드러난 모습과 다르다. 종편 채널의 콘텐츠 구성과 인원 확충 등에서 여러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잡음은 종편채널사업자들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영향도 있고 종편사업자들이 제시한 사업계획서상의 장밋빛 미래에 의해 스스로 자초한 것도 있다.

방통위는 종편사업자 선정 당시, 종편채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청자 의견 청취용’이라는 이름으로 요약본만을 공개했고, 이 조차도 현재는 방통위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슬그머니 공개한 자료를 내린 것이다. 종편 사업자 선정이 얼마나 폐쇄적으로 결정되었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다. 본 글에 언급된 사업계획서는 ‘시청자 의견 청취용’의 요약본임을 밝힌다.

3D미니시리즈, 메가시리즈 드라마 등 찬란하지만 불가능한 콘텐츠 구성

종편 사업자들은 선정 심사과정에서 찬란하게 보이는 콘텐츠를 구성안을 제출했다. 지상파 보다 ‘15분 빠른 뉴스’, 지상파 보다 ‘1시간 빠른 미니시리즈’, 지상파 보다 ‘이른 새벽 국제뉴스’ 등 이들의 사업계획서는 지상파가 경쟁대상이다. 즉, 이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모두 지상파와 다른 시간대의 편성을 의미하며, 차별화 전략은 주시청시간대 지상파와 차별화된 편성이라는 것이다.

또한 종편사업자들은 개국 초기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 SBS의 <모래시계>와 같은 킬러 콘텐츠 드라마 제작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 종편은 사업계획서에서 개국특집으로 ‘김수현 작가의 36부작 개국 특집 홈드라마’, ‘아이리스를 능가하는 통일드라마 <한반도>’ 등을 기획한다고 밝혔다. 동아 종편도 ‘3D 미니시리즈’를, 중앙은 미니시리즈가 아닌 120분짜리 메가시리즈를 기획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기존 지상파와 차별화된 형식과 스케일을 계획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계획안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지상파 보다’에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2009년 제작비 지출액은 7,735억원이다. KBS가 투여한 제작비는 2,580억원, MBC(본사)가 1,729억원, SBS가 2,099억원이다. 이러한 지상파 방송사의 제작비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최적화되고 숙련된 제작시스템을 운영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용이다. 그런데, ‘지상파 보다’를 외치는 종편채널의 초기 제작비는 시스템을 만들고, 고용된 노동자들을 시스템에 숙련시키는 비용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지상파 만큼’ 만들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 이상의 비용이 투여되어도 그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종편 사업자들의 사업계획서에 나타난 제작비 예산은 중앙이 연간 2,607억, 매경은 연간 1,600억 수준(5년간 8,886억원)이다(조선과 동아는 별도의 제작비 예산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조선 종편이 ‘5년간 외주업체에 5,347억원 투자’, ‘1,000억원 규모의 콘텐츠투자조합 구성’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제작비 지원인지, 직접투자인지, 간접투자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비에 온전히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연간 2,600억 ~ 1,600억 규모의 제작비 투자해서 ‘지상파 보다’, 혹은 ‘지상파 만큼’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할까?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제작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숙련하는 문제를 차치한다더라도 ‘지상파 만큼’을 외치는 종편의 등장, 그 자체로 제작비가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종편출현, 대형 외주제작사와 연예기획사의 등극

지난해 12월 31일, 종편 사업자 선정발표 뒤 첫 증시 거래일인 1월 3일, 조선 계열의 디지털조선의 주가는 8.14%나 떨어진 반면, 콘텐츠 제작업체인 삼화네트웍스는 전 거래일보다 14.60%나 급등해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한 연예기획사인 SM은 5.92%, CJ계열의 콘텐츠제작업체인 엠넷미디어(5.68%), 오미디어홀딩스(2.32%) 등도 크게 올랐다. 이 같은 경향의 원인은 ‘지상파 방송 만큼’의 종편 등장, 자체에 기인한 것이다. 종편이 개국을 하기까지 수개월에서 1년에 가까운 시간이 남은 현재부터 외주제작의 단가와 연예인의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제작 현장에 있는 종사자들이 더욱 절실히 체감하는 현실이다. 게다가 이들이 고려하고 있는 킬러 콘텐츠인 드라마 제작은 외주제작사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주제작사의 몸값을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편출현과 대형 외주제작사의 주가상승은 수요와 공급법칙에 의해 당연한 결과다. 매경 종편은 사업계획서를 통해 60%이상을 외주로 제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또 다른 종편 사업자들 역시 외주제작사들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높은 외주비율을 암시하고 있다. 지상파 ‘만큼’, ‘보다’를 외치는 종편은 등장, 그 자체만으로도 외주제작 시장의 몇몇 제작사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제작비 상승요인과 제작 시스템 구축/숙련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종편이 계획한 제작 예산으로 ‘지상파 보다’의 콘텐츠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일부 킬러 콘텐츠에 자본을 집중하고 나머지 프로그램은 적당히 방송시간을 때우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시간 때우는 프로그램으로 값싼 외산 프로그램이 제격이다. 정인숙 경원대 교수가 지난 31일 토론회에서 종편에 대해 “단기적으로 외국 프로그램의 수입에 의존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시간 때우기 프로그램으로 종편은 값싼 외주제작 프로그램에 의존도도 높아 질 것이다. 편성쿼터의 적용을 받고, 시민들의 감시와 비판에 노출된 종편이 외산 프로그램만으로 전 시간을 때우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소수 거대의 외주제작사에게만 자본이 몰리고, 작은 외주제작사는 더욱 쥐어짜질 수밖에 없는 구조는 현재 외주제작 시장의 부익부빈익빈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대규모 자본의 초기 자본 투여, 종편사의 수익은?

광고 수익을 예상하는데 있어 종편사들은 다소 소극적이다. 제작은 ‘지상파 보다’를 외치지만 수익은 ‘지상파 만큼’을 외치지 않는다. 당장의 광고수익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구체적으로 설명한 종편사는 동아 종편이다. 동아 종편은 진입기(2011~2013년), 도약기(2014~2015년), 안정성장기(2016년 이후) 등의 타임테이블로 수익을 창출하는 계획을 만들었다. 진입기에 투자를 집중하고 도약기 이후로부터 안정적 수익을 발판으로 순이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중앙 종편도 개국 3~4년 이후부터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타임테이블은 종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던 지난 2008~9년 종편 도입을 주장하던 일부 미디어 학자들의 계획과도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매해 1,600억 ~ 2,000억의 제작비를 투자하는 종편채널을 3~4년 동안 큰 폭의 적자로 운영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각 종편사의 자본금은 3,200억에서 4,000억 수준이다. 종편 도입 후 3~4년 동안 광고수익이 크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OBS나, 이전의 iTV와 같이 수차례의 증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내하며 종편채널의 최대주주인 각 신문사들이 종편채널을 3~4년 동안 꾸준히 운영해 갈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거니와 신문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지분율이 70%에 달한다)이 이를 감내해 증자에 동의하고, 종편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사회적 저항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 이 글은 언론노조 KBS본부 노보 35호(4월 14일자 발행)와 미디어스에 실렸습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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